경남 김해시 도심 생태하천인 해반천에서 물고기 수천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수질검사 결과 청산가리의 주성분인 시안(CN)이 검출됐다.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이어 해반천에서만 세번째다. 농도는 더욱 짙어졌다. 고의범죄 가능성이 높지만, 범인의 윤곽은 커녕 뚜렷한 단서 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7일 김해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쯤 해반천 상류 부근에서 물고기 30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원인 규명을 위해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 등에 수질 분석을 의뢰한 결과, 시료를 채취한 4곳 중 2곳에서 각각 4.61㎎/ℓ, 1.96㎎/ℓ의 시안이 검출됐다.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환경기준(수질 및 수생태계)에는 사람의 건강보호를 위한 기준값을 제시하고 있는데, 시안의 경우 ‘검출되어서는 안됨’이라고 명시돼 있다. 검출되더라도 그 한계값은 0.01㎎/ℓ 수준으로 두고 있다. 지난 6월 해반천에서 검출된 시안의 농도는 최대 한계값의 460배를 넘는 수치다.
시안은 흔히 청산가리로 불리는 시안화칼륨(KCN)의 주성분이다. 흡입 또는 피부 접촉 등 인체에 노출될 경우 급성 독성을 일으킬 정도로 치명적이다. 군사용 독가스로 쓰일 정도로 유독성이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해반천에서만 시안 검출이 반년 새 세번째라는 점이다. 작년 12월27일쯤 해반천 중류 부근에서 치어 1만여마리가 물에 떠오른 것이 발견됐다. 당시 수질검사에서 최대 0.33㎎/ℓ의 시안이 검출됐다. 약 한달 뒤인 지난 1월24일에도 해반천 중하류 부근에서 베스, 블루길 등 대형어류 800여마리가 집단폐사했다. 죽은 물고기가 가장 많이 발견된 경원교 아래 지점에서 채취한 물에선 최대 0.96㎎/ℓ의 시안이 검출됐다. 갈수록 시안 농도가 짙어지는 추세다.
김해시와 환경당국은 누군가에 의한 고의적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6개월 째 단서도 못찾고 있다. 황희철 김해시청 수질환경과장은 “보통 하천에서 발생하는 물고기 폐사는 비가 내리면서 토양이나, 도로에 있던 오염물질이 우수관을 통해 하천에 유입돼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해반천에서 발생한 3건의 물고기 집단폐사 당일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고의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된다”고 했다.
김해시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탐문도 해봤지만, 하천 구간이 긴데다 하천 주변으로 시안을 취급할 만한 이렇다 할 업체도 없어 현재 개인이 독극물을 푼 것인지, 공장 폐수에 섞여 흘러나온 것인지도 가늠이 안된다”며 “경찰에서도 이번 사안을 심각히 생각하고 수사중이다. 의심스러운 장면이나 사람을 목격했을 때 시민들의 제보가 큰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범인을 잡기 위해 신고·목격자에 최대 현상금 300만원까지 지급한다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해반천 주변엔 반경 600m까지 확인가능한 고화질 폐쇄회로(CC)TV 3대도 설치했다. 시안 검출 여부를 곧장 확인할 수 있는 간이키트도 구입해 순찰·점검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와는 최근 해반천 상류지점까지 60~70곳의 폐수배출시설과 영세업체에 대해 합동점검을 벌였다. 점검 당시 배출시설에서 채취한 수질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질 않았다.
황희철 과장은 “도심 생태하천인 해반천에서 잇따르는 물고기 집단폐사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순찰을 강화하고, 독극물 유입 과정을 철처히 규명하기 위해 합동점검 등도 수시로 벌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