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옆 광장에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동상 받침돌에 "(처칠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낙서가 적혀 있다. 동상 허리 부분엔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LivesMatter)'고 적힌 종이가 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다.

2차 대전 당시 영국을 구한 전쟁 영웅 윈스턴 처칠(1974~1965) 전 총리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하는 시위대에 대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미친 짓"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14일(현지 시각) 존슨 총리는 영국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누군가를 끌어내리기보다, 다른 인물을 더 세워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처칠 논란에 대해 "황당하고 터무니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국 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영국에서는 흑인 노예상의 동상을 훼손하는 등 과거 식민지 시대 역사를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위대의 타깃이 된 것은 처칠이다. 그가 인도인에 대한 인종적인 증오심으로 쌀 수탈을 지시했고 이로 인해 대기근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시위대는 그의 동상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글귀를 써 넣기도 했다. 경찰은 결국 13일 처칠 동상에 보호막을 씌웠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의회 광장에 세워진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동상 주변에 보호막이 씌워져 있다.

기고문에서 존슨 총리는 시위대의 폭력적인 행태를 비판하며 “(이 행태가) 언제 끝날 것인가? 아일랜드에서 수천명을 살해한 올리버 크롬웰(1599~1658) 동상을 철거하면 되나? 허레이쇼 넬슨(1758~1805) 해군 제독을 비롯한 제국주의 시대 인물들은 어떤가”라고 되물었다. 역사를 재평가하려는 시위대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존슨 총리는 "그(처칠)의 외로운 저항 없이는 이 나라와 유럽 전체가 인종 차별의 폭정에 의해 지배됐을 것"이라며 "그는 영웅이었으며, 광장에 세워진 그의 동상을 보호하기 위해 내 온몸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인종 차별과 싸우면서도 우리의 유산은 평화롭게 두자"며 "우리가 정말 바꾸고 싶다면, 이 나라에는 처칠 덕분에 얻은 민주적인 수단이 있다"고 했다.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각) TV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는 인종차별, 반 유대주의, 차별과 타협하지 않겠다"면서도 "우리 역사에 남아있는 이름과 업적을 지우지도, 동상을 철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14일 식민지 시대 인물의 동상을 철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와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TV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는 인종차별, 반 유대주의, 차별과 타협하지 않겠다"면서도 "우리 역사에 남아있는 이름과 업적을 지우지도, 동상을 철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도 노예제를 옹호해 온 식민지 시대의 인물들의 동상을 없애자는 시위대의 요구가 거세지자 처음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 그대로 사실을 마주해야 하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부정해선 안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