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넷플릭스|스페이스 포스

마크 네어드(스티브 커렐)는 미군 신설 병과인 '우주군'을 이끄는 4성 장군. 공군과의 모의 전투가 있는 날, 그는 우주군을 직접 이끌고 전투 장소로 간다. 달 표면으로 가정된 전투 공간, 승패는 누가 상대방의 전투복에 붙은 풍선을 빨리 터뜨리느냐에 달렸다. 달에서는 작은 구멍 하나만 생겨도 공기가 우주복에서 방출돼,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모두 사망한 상황. 혼자 남은 네어드는 손톱깎이용 가위를 들고 돌진해 우주군을 승리로 이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페이스 포스'는 배우 스티브 커렐의 '웃긴 진지함'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희소식이 될 만한 드라마다. '디 오피스' 제작진과 커렐이 다시 뭉쳤다.

제목만 봤을 땐 SF, 웃고 있는 포스터 속 네어드를 보면 코미디로 장르를 착각하기 쉽다. 사실은 휴먼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드라마 속 미국 대통령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트위터에 글을 쓰고, 국방장관은 사태를 수습하기 바쁘다. 2018년부터 트위터에 '우주군 추진!'을 외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생각나는 대목. 미국은 지난해 12월 우주군을 정식 창설했다.

미국의 정치 상황을 안다면 웃음이 터지는 대목이 좀 더 많지만, 네어드가 처한 '중년의 위기' 자체도 꽤 흥미진진하다. 아내는 교도소에 갇혀 있고, 사춘기 딸이 먹고 치우지 않은 피자에는 개미가 들끓는다.

아내 말대로라면 '융통성과는 담쌓고 살아온' 네어드는 '그게 명령이라면 융통성 갑(甲)도 될 수 있다'는 우직함으로 자신 앞에 놓인 난제를 하나씩 해결해 간다. 이 과정에서 과학연구팀장 에이드리언 맬로리(존 말코비치)와 주고받는 케미(화학반응)가 꽤 볼만하다.

뮤지컬|로빈

"약속하자. 낮엔 깨고 밤엔 잠을 자. 잠을 자야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팍팍 나오는데…." "아빠! 내가 어린애야?"

갑자기 지구에 퍼진 방사능 재앙을 피해 이주한 우주 벙커에서 10년째. 지상이나 하늘 위나 부녀 관계는 똑같다. 아빠에게 딸은 늘 마음 졸이게 하는 아기지만, 딸은 아빠가 가끔 귀찮고,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빠와 딸의 가족 같은 로봇 '레온'에게 뭔가 비밀이 있다. 지구 복귀 1주 전, 그 비밀에 좁은 벙커가 예측하지 못한 슬픔으로 일렁인다. '딸 바보' 아빠와 그 가족을 위한 순한 맛 뮤지컬. 이야기도 무대도 노래도 달곰하다.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8월 2일까지.

앨범|트와이스 '모어 앤드 모어'

JYP의 막둥이, 귀염둥이라 '트둥이'로 불리는 그룹 '트와이스'가 데뷔 6년 차가 돼 미니 9집 '모어 앤드 모어(More and More)'로 돌아왔다. 선주문 50만장을 돌파한 이번 앨범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에 처음 진입하는 기록도 세웠다.

동명의 타이틀곡 '모어 앤드 모어'는 트로피컬 하우스 리듬 위에 사랑의 설렘과 달콤함이 무르익을 때 감정을 노래하는 곡. "난 원래 욕심쟁이 몰랐다는 미안/ 사과는 미리 할게/ …/ 의견은 필요 없어 훔칠 거야 네 맘" 등 가사가 저돌적이다. 퍼포먼스도 고난도. 무대 의상 콘셉트는 히피 스타일이다.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에서 한 단계 더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온라인 클래식|獨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이 음악회는 지난 3월 10일 호주 멜버른의 리사이틀 센터에서 열렸지만, 멀고 먼 시공 따윈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아트센터인천' 채널로 들어가면 영상이 바로 뜬다. 고(古)음악 연주단체인 독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41)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2·3번을 연주한다.

베주이덴호우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미국에 유학한 후 런던에서 살고 있는 피아니스트. 포르테피아노로 개성 넘치는 연주를 한다. 예정대로라면 이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는 멜버른 공연 뒤 한국 아트센터인천 무대에서 연주했을 테지만 코로나 탓에 취소됐다. 그 아쉬움을 달랠 기회다.

영화|결백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막걸리를 마신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진다. 치매인 엄마 '화자'(배종옥)가 농약 막걸리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자 변호사인 딸 '정인'(신혜선)은 엄마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변호에 나선다. 도망치듯 떠난 고향으로 마지못해 돌아온 정인은 폐쇄적인 시골 마을이 묻어온 비밀을 파헤친다. 검버섯 가득한 치매 노인으로 변신한 배종옥과 강인해 보이지만 어린 시절 상처를 지닌 변호사를 연기한 신혜선의 호흡이 돋보인다. 영화는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장르적 재미와 함께 법적 정의의 한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정치권력을 휘두르는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와 신파가 필요할 때마다 돌아오는 듯한 엄마의 기억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