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중 연구·개발에 5조3600억원을 써 창사 후 최대 투자액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올해 전체 설비투자액은 약간 줄이지만, 차세대 먹거리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에는 원래 계획대로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89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추가 건설키로 결정했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 침체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주력 제조업체들은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국내외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위기가 지나간 후 경제 회복 국면에서 도약하려면 투자를 해놓아야 한다. 다만 코로나 사태로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한 글로벌 공급망이 일거에 무너지는 피해를 경험한 기업들은 '차이나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사소한 부품 한 개의 조달이 끊기면서 모든 생산라인을 멈춰야 했다. 중국 의존도를 어떻게 낮추느냐가 '포스트 코로나' 투자의 핵심 고려사항이 된 것이다.

코로나 이전엔 기업들이 낮은 임금, 넓은 소비 시장을 쫓아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대세였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의 공장' 중국에 의존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이제부터는 제조업의 본국 회귀를 뜻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생에 절실한 정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지난 5년간 해외에 나갔던 자국 기업 2411개를 본국으로 유턴시켜 일자리 26만개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에는 유턴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가 미국 제조업 신규 고용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우리 정부도 지자체와 업종 단체 등을 참여시킨 민·관 합동의 '기업 유턴 지원반'을 출범시켰다. 문재인 대통령도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안전한' 국내로 유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려는 것은 정부의 반(反)기업 정책도 한 원인이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율을 내려가며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릴 때 우리만 거꾸로 최고 세율을 올렸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과격한 주 52시간제 등 기업 부담을 늘리는 정책만 골라서 밀어붙였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는 619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외국인 국내 투자의 거의 5배에 달했다. 반기업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기업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노동 개혁과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에 나가 있던 한국인들이 대거 귀국했다.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한국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기업 투자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기업 하기에 가장 안전하고 좋은 환경이라고 판단되면 돌아오지 말라고 해도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