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 ‘외출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수염을 기르는 남성이 크게 늘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수염을 기를수록 얼굴을 자주 만지고, 마스크의 효과를 떨어뜨려 가급적 수염을 기르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피부관리회사인 ‘프랭클린&휘트먼’의 지난 3월 수염관련 제품 판매는 40%가 늘었고, 수염 손질 오일 등을 파는 웨스트버지니아의 ‘마운티니어 브랜드’란 업체의 매출도 같은 기간 45%가 증가했다.
버지니아주 윌리엄앤드매리 대학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마이클 웨이드씨는 NYT에 “3월6일부터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7일부터 면도를 안했다”며 “누군가를 만날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수염이 3~4㎝정도는 자랐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의료진들은 수염을 기르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있는 산타클라라밸리 메디컬센터의 수프리야 나라시만 감염병 과장은 “만약 가족 중 누군가 지금 당장 수염을 길러도 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하지 말라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1월 한 의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195명이 남성 의료 종사자들에 N95 마스크의 적합성을 평가한 결과 턱수염이 많은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얼굴에 제대로 마스크를 맞출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얼굴에 털이 많을수록 마스크를 쓰기가 어렵다고 NYT는 전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종교적인 이유로 수염을 기르던 의료종사자들도 최근엔 수염을 깎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질병통제센터(CDC)는 지난해 인공호흡기와 가스차단용 마스크 착용에 적합한 수염 안내서를 웹사이트에 게시하기도 했다. 이 웹사이트 실린 그림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와 같은 형태의 콧수염은 되지만,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가 길렀던 덥수룩한 수염은 적합하지 않다. NYT는 수염을 길러도 영화 ‘조로’에 나오는 것 같은 얇은 콧수염을 기를 것을 권고했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수염을 기르면 얼굴을 더 자주 만지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수염을 만지다 눈과 코, 입을 만질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나라시만 과장은 수염을 기른 사람들에게 “당신이 아무리 콧수염을 완벽하게 말아 올리고 싶다고 해도, 집에 돌아오면 손뿐 아니라 수염도 비누로 꼭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