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우주망원경이 24일 발사 30주년을 맞아 기념사진을 보내왔다. 고장과 수리, 재가동을 거듭했던 자신처럼 우주에서 별의 죽음과 탄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곳을 촬영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운영하는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지구로부터 16만3000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대마젤란 은하의 거대 적색 성운 NGC 2014(사진 오른쪽)와 그보다 작은 성운인 NGC 2020을 찍은 사진을 허블 20주년 기념으로 발표했다.
연구소는 사진에 ‘우주 산호초’란 이름을 붙였다. ‘별들의 탁아소’로 불리는 대마젤란 은하를 수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처인 산호초에 빗댄 것이다.
사진 오른쪽 위의 성운은 최소 태양의 10배 크기인 별들도 가득 차 있다. 이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에너지 입자와 방사선이 주변의 가스를 밀어붙여 새로운 별을 형성할 파동과 거품을 만들어낸다.
왼쪽 아래의 거대한 별은 태양보다 20만 배 밝으며 파란색 가스 거품을 불어내고 있다.
성운은 별 사이에 있는 가스와 티끌들의 집합체이다. 별이 죽으면서 방출한 것들이다. 이들이 다시 뭉쳐지면 별이 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전설적인 팝가수 밥 딜런이 ‘괜찮아요. 엄마’라는 제목의 노래에서 “He not busy being born is busy dying(바삐 태어나지 않은 자는 바삐 죽는다)”고 했던 것처럼 은하에는 별의 죽음과 탄생이 공존한다”고 전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에서 이름을 땄다. 1990년 4월 24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에 실려 우주로 날아갔다.
사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처음 지구 상공 600㎞ 저궤도에 자리를 잡았을 때는 제대로 우주를 바라보지 못했다. 반사경 결함으로 초점을 잡지 못한 것이다. 이 문제는 1993년 12월 우주왕복선을 타고 간 우주비행사들이 수리하면서 해결됐다. NASA는 2009년까지 네 차례나 더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했다.
허블은 과학에 엄청난 이바지를 했다. 지난해까지 1000여편의 과학논문을 낳았다. 가장 큰 성과는 암흑에너지로 인해 우주의 팽창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허블 망원경은 거대한 별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엄청난 빛을 뿜어내는 초신성(超新星) 현상을 관측했다. 놀랍게도 우리 은하에서 멀리 떨어진 초신성일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곧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사실 허블 이전까지 우주의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과학자들은 초신성이 멀어지는 속도를 거꾸로 환산해 우주가 처음 팽창을 시작한 시점(빅뱅·big bang)이 약 138억년 전이라고 추정한다.
NASA는 허블 망원경의 후임으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내년에 발사한다. 그렇다고 허블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임스웹은 허블보다 더 긴 파장을 관측한다. NASA는 허블이 2020년대 계속 제임스웹과 함께 서로 보완하며 관측 임무를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