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불길에 뛰어들어 주민 10여 명을 구했지만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 추방 위기에 놓였던 카자흐스탄인 알리(28)씨가 당분간 한국에서 계속 머물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난달 23일 강원 양양군의 한 3층 원룸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구조하다가 화상을 입은 카자흐스탄 출신 알리(28)씨.

법무부는 24일 불법체류자였던 알리씨의 체류 자격을 기타(G-1) 자격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체류 기간은 일단 6개월이지만 이 기간 치료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그는 카자흐스탄에 있는 부모와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3년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온 뒤 체류 기간을 넘긴 채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해왔다. 하지만 화재 현장에서 입은 화상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을 자진 신고해 다음 달 1일 본국으로 추방될 예정이었다.

알리씨가 치료를 마친 후에도 국내에 계속 머물 가능성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의해 의상자로 지정되면 법무부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2018년 불법체류자가 의상자로 지정돼 영주권을 발급받은 사례가 있다. 스리랑카 국적의 불법체류자였던 니말씨가 2017년 2월 경북의 한 주택 화재 당시 집 안에 있던 할머니를 구해 의상자로 지정됐고, 2018년 영주권을 받았다.

앞서 알리씨는 지난달 23일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자신의 원룸 주택 건물 2층에서 화재가 나자,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2층 창문을 열고 이웃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당시 화재로 한 명이 숨졌지만 알리씨의 빠른 대처로 건물 안에 있던 주민 10여 명은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목과 등, 손에 중증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알리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났다. 알리씨의 선행을 안 주민들이 그를 수소문해 한 화상전문병원에 입원시킨 뒤 십시일반 돈을 모아 알리씨 치료를 도왔다. 알리씨는 이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을 자진 신고해 추방 위기에 처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알리에게 영주권을 주자"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LG복지재단은 알리씨에게 'LG의인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양양군과 주민들은 보건복지부에 의상자 지정을 신청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