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분담이라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무원 입장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경제부처 공무원 A씨는 지난 16일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공무원 연가보상비 예산 3953억원 전액을 삭감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이렇게 말했다. 연가보상비는 공무원이 한 해 쓸 수 있는 전체 연가(휴가) 일수 중 쓰고 남은 일수만큼 돈으로 보상받는 것이다. 한 해에 며칠을 돈으로 보상해 주는지는 매해 개별 부처의 인건비 예산 여력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10일 조금 넘는 연가 일수를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직급에 따라 하루당 연가보상비의 액수도 달라진다. A씨는 지난해 연가보상비로 1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연말에 연가보상비를 받으면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거나, 후배들에게 술을 사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 해 20일이 넘는 연가를 다 쓸 수도 없기 때문에 연가보상비는 사실상 '연말 보너스'나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번에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연가보상비 삭감은) 공무원들이 국민적 고통 분담에 가장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참여하는 방안"이라며 "공무원들이 충분히 이해와 양해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즉각 '공무원 임금은 권력의 쌈짓돈이 아니다. 정부는 공무원 연가보상비 삭감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냈다. 지난해 연가 6일에 대한 보상비로 50만원 가까운 돈을 받았던 중앙부처 공무원 B씨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니 공무원이 희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하급 공무원 인건비까지 줄여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바쁜 연말에 서류상으로만 휴가를 쓰고 출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 '앞으로 무슨 일만 생기면 연가보상비 예산부터 줄이는 게 아니냐'는 불만 섞인 우려도 나온다.

차라리 눈치 보지 않고 연가를 다 쓰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부처 공무원 C씨는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 분들에 비하면 우리 형편은 나은 편이니 '고통 분담'은 감수할 수 있다"며 "대신 연가보상비를 모두 삭감한 만큼 휴가를 충분히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