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Faker)’.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 이상혁(24)의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속 닉네임이다. 해외에선 그를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은퇴한 농구선수 마이클 조단과 비교한다. 그는 이미 손흥민·BTS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그런 그가 앞으로 대회에 나타날 땐 BMW 자동차를 타게 됐다.

BMW그룹이 '페이커' 이상혁 선수(오른쪽에서 둘째)가 속한 e스포츠 구단 'T1'과 스폰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BMW그룹은 페이커가 속한 SK텔레콤의 e스포츠 전문기업인 ‘T1’과 스폰서 파트너십을 맺는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로 T1 선수들은 경기장 이동을 위해 BMW X7 등 BMW의 주요 차량 등을 타게 되며, 경기 시 입는 유니폼엔 BMW 로고가 부착된다. BMW 그룹은 향후 T1과 함께 신차발표회 등의 오프라인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며, 추후 자사 디자인 및 혁신 기술을 활용해 T1 선수들을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하는 등 장기적으로 e스포츠 산업 육성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T1은 2004년 SK텔레콤이 창단한 e스포츠 선수단이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미국 컴캐스트와 합작해 e스포츠 전문 기업으로 거듭났다.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 포트나이트·PUBG·하스스톤 등 다양한 게임의 프로팀을 운영하고 있다. T1은 올해 나이키, 로지텍 등 국내외 10개 기업과 스폰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e스포츠 구단 'T1' 선수단이 BMW M시리즈 차량과 함께 찍은 스폰서십 체결 기념 사진.

BMW가 e스포츠 후원에 나선 건, e스포츠의 팬층이 다양한 세대로 빠르게 넓어지는 데다, 성장세가 무서운 수준으로 빠르기 때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전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월드챔피언십 대회는 지난해 평균 101만명이 봤다. e스포츠 전체 산업 규모는 올해 11억 달러(약 1조3500억원)로 전년 대비 16% 이상 성장했다. 10~20대 위주였던 시청연령층은 40대까지 확대됐다.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중단된 전통 스포츠의 빈자리를 e스포츠가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MW는 이번 스폰서십을 통해 10~20대 등 ‘미래 잠재 고객’은 물론, 30~40대 ‘핵심 고객’에게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BMW 뿐 아니라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e스포츠 후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1월 ‘리그 오브 레전드 유럽 리그’(LEC) 파트너십 계약을 연장, 2년 연속 이 대회의 자동차 부문 메인 파트너가 됐다. 지난해 LEC 인터넷 중계에 몰린 동시 접속자수는 80만명을 넘겼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017년 월드챔피언십을 후원한 데 이어, 2018년부터는 리그 오브 레전드 중국 리그(LPL)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혼다자동차는 같은 게임의 북미 리그(LCS)의 스폰서이자,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일궈낸 ‘팀 리퀴드’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