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직접 마스크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감안, 현대차그룹 국내 임직원 약 10만명에게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외부에서 마스크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공급하고 있는데, 아예 ‘자급자족’에 나서는 것이다.

기아차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 중인 마스크. 중국 현지 직원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 마스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마스크 생산이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르면 상반기 중 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어느 공장에서 생산할지’ ‘어느 정도 물량을 생산할지’ 등의 세부 운영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마스크부터 인공호흡기까지 코로나 관련 의료 물품 생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도 이런 대열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코로나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마스크가 가장 필요한 방역 물품이고, 현실적으로도 대량 생산이 쉬운 제품이라는 측면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생산된 마스크는 국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그룹 계열사 임직원에게 먼저 공급되고, 남는 물량은 공적 마스크 형태로 지역사회나 의료진 등에 기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별도 시판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의 마스크 공적 공급 확대에 기여하고, 임직원들의 안전 강화를 위한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외 공장·사업장에 근무하는 임직원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운송 방식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해외 현지 조달을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마스크를 제작하는 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기아차가 지난 8일부터 중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중국 옌청 공장에서 마스크를 생산, 현지 직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중국 지방 정부는 공장 가동을 위해선 직원 전원의 동선을 보고하고, 마스크·고글·위생 장갑 등을 공장 내에 항상 비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국 기아차 공장은 중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생산하는 것이지만, 국내 생산은 자발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마스크 자급자족은 나쁠 것 없다’고 보고 있다. 수년 전부터 미세먼지가 일상화되면서, 야외에서 근무하는 공장 근로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마스크를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마스크는 꼭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생활용품’이 됐다”면서 “이번 기회에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도입하자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