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몇 월에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날까? ‘부부가 임신하는 시기가 각자 다 다른데 일정한 달에 아이가 많이 태어나겠나’ 싶지만, 실제로 아이가 가장 많이 태어나는 달이 정해져 있다. 바로 1월이다. 1994~2019년 중 딱 4번을 빼고는 매년 1월에 그해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났다. 왜 1월일까? 코로나가 덮친 올해는 출산율이 더 떨어질까? 저출산으로 걱정이 많은 요즘, 출산과 관련한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2003년 ‘월드컵 베이비’들이 태어났다

통계청의 월별 출생아 수 통계를 보면 1981~1993년까지는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난 달은 2월이었다. 그러다 1994년부터 1월이 2월을 제치고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나는 달’ 타이틀을 차지했다. 단 몇가지 예외가 있다. ‘월드컵 베이비’들이 태어난 2003년도 그 중 하나다.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이듬해인 2003년에는 1월도, 2월도 아닌 3월에 가장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다.

2003년 3월에는 그해 1월보다 549명 더 많은 4만5972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대부분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6월 정도에 임신이 돼 이듬해 3월에 출산을 한 경우다. 그러다보니 월드컵 베이비라는 말도 나왔다. 김동석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당시 실제로 ‘월드컵 베이비’라는 말이 있었고, 산부인과를 찾는 분들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2003년 3월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1.191명으로 2002년(1.178명)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장기간 쭉 이어지지는 못했다. 2004년에는 합계출산율이 1.164명으로 추락했다.

2003년을 제외하고 1월이 아닌 다른 달에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난 해는 2006년(3월), 2007년(10월), 2010년(10월) 정도다. 지난 26년간 이 4년을 제외하면 모두 1월에 가장 많은 아이들이 태어난 것이다.

2019년 출생아 수. 1월에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난다. 심각한 저출산 현상으로 지난해엔 1월에만 유일하게 월별 출생아 수가 3만명을 넘겼다.

◇왜 1월일까?

왜 연초에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날까. 한 가설은 한 해 태어난 아이들 중 출생월이 빠른 아이들이 공부에서나 운동에서나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아주 어린아이들을 보면 1월생과 12월생의 발달 수준에 큰 차이가 나듯, 성장 단계에 있는 학생일 때도 기왕이면 한 달이라도 더 빨리 태어난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급적이면 부모들이 학교 교육의 측면에서 12월생이 되기보다는 1월에 태어나는 것을 선호한다는 가설이 있다”며 “처음부터 태어나는 시점을 계획하기는 어렵겠지만, 자연출산이 아닌 경우(제왕절개 등)는 가급적 연초에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는 있다”고 했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예전에 ‘빠른 생일’이라는 것이 있었다. 1~2월에 태어나면 전년도 3~12월 태어난 아이들과 한 학년으로 묶이는 제도였다. 2008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까지는 이러한 제도의 적용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 이전까지는 1~2월생이 ‘빨리 태어난 이점’을 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김동석 회장은 “가끔 ‘아이가 새학기가 시작하는 시점(예전 3~4월)에 맞춰서 태어날까’를 물어보는 사람도 있기는 했는데, 왜 1월에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계절을 원인으로 꼽는 가설도 있다.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면 대략 임신 시기가 3~5월이다.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날이 왔을 때 호르몬 분비나 연애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가장 많은 생명이 잉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도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올해 1월 출생아 수는 3만명 아래로

2018년 합계출산율(0.977명)이 1명 아래로 떨어지더니 2019년에는 0.92명으로 더 추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면서도, 바닥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출산율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올해는 인구가 자연감소(출생보다 사망이 많아 해외 인구 유입을 제외하면 인구가 주는 것)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현상으로 올해부터는 사망이 출생을 압도해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된다.

문제는 올해도 반등의 조짐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출생아 수는 2만6818명으로 지난해 1월에 비해 3522명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그래도 1월에는 월별 출생아 수가 3만명을 유일하게 넘겼는데, 올해는 1월부터 출생아 수가 3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아이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이러한 경향을 되돌리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별 출생아 수 추이

◇코로나 사태로 내년 출생아 수도 추락할까?

초봄에 한국을 덮친 코로나 사태로 내년 1월 출생아 수도 줄까? 대규모 감염병 사태 중에는 사람들이 병원 방문을 꺼린다. 그래서 검진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는 사람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내년 초부터 태어난 아이들의 수가 줄어들지를 판단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발생한 뒤 종식 선언을 할 때까지의 기간(2015년 5~12월) 임신이 되어 이듬해 3~9월 사이 태어난 아이의 수는 24만2660명이다. 한해 전인 2015년 3~9월 출생아 수(25만8718명)보다 적기는 하지만 급감한 것은 아니다. 더불어 2017년 3~9월 출생아 수는 21만2366명으로 더 크게 줄었다. 감염병 사태가 ▲감염의 우려 ▲병원 이용의 어려움 ▲사회적인 분위기 침체 등으롱 출산율 저하를 불러올 것처럼 보이지만, 당장 감염병의 저출산 효과가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