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 작가에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안겨준 그림책 '구름빵'. 그러나 출판사에 저작권을 일괄 양도하는 '매절계약'을 했던 백 작가는 지금도 한솔수북과 법정 다툼 중이다.

그림책 작가 백희나(49)가 한국인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문학상'을 받으면서 대표작인 '구름빵' 저작권을 둘러싼 작가와 출판사 간 법적 공방이 재점화됐다. 아동문학계 노벨상을 받은 쾌거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전을 보내고, 독자들이 "갑질에 의한 불공정 계약" "출판사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며 작가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현재 '구름빵' 저작권 다툼은 대법원에 상고돼 있는 상태. 작가가 '구름빵'으로 얻은 수익이 1850만원에 그쳤다는 소식에 여론이 악화되자 '구름빵' 출판사인 한솔수북이 6일 입장문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저작권 돌려달라"vs"인세로 주겠다"

한솔수북은 입장문을 통해 "'구름빵' 매출이 4400억원이란 건 터무니없다. 2004년 출간 후 40여만부가 팔려 20여억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어린이 뮤지컬과 TV 애니메이션 등 2차 콘텐츠 수익도 1억원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백 작가가 2003년 체결한 계약의 무효화를 요구해와 '구름빵'의 글·그림 저작권을 작가에게 넘겨주기로 하고 구두합의를 했지만 작가 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 무산됐다"면서 "한솔은 인세를 지급하겠다는 조정안을 제출했지만 작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한솔수북은 또 "무명이던 백 작가를 발굴해 책을 만들고 베스트셀러로 키우기까지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작가에 대한 지원을 투입했다"며 "입체로 만든 그림 세트를 사진으로 찍은 사람은 당시 한솔 직원이던 김향수 작가로 한솔 스튜디오에서 수개월간 촬영했다"고도 했다.

백희나 작가의 주장은 다르다. 백 작가는 6일 전화 통화에서 "내가 요구한 건 원작자로서 저작권을 돌려받는 것이다. 인세나 2차 콘텐츠 수입에 관한 분배를 일절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김향수 작가와의 소송으로 내가 단독 저작자임을 판명받았다"며 "지금도 신인들이 고통받고 있는 저작권 일괄 양도 계약 관행에 대해 부당함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뮤지컬이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때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매절 계약이 문제?

논란의 핵심은 매절 계약이다. 2004년 출간된 '구름빵'은 일본·대만·프랑스·중국·독일·노르웨이 등에 수출되고, 캐릭터 상품과 뮤지컬·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당시 무명이던 백 작가는 2차 콘텐츠 등 모든 저작권을 한솔수북에 넘기고 850만원을 받는 이른바 '매절(買切)' 계약을 했다. 전시회 등 지원금으로 1000만원을 더 받았지만 인세(보통 매출의 10%) 수억원을 놓친 셈이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이 춘천에 건립을 추진한 '구름빵 테마파크' 등 2차 콘텐츠 제작에서도 배제됐다. 백 작가는 출판사 등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으나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 법원이 매절 계약의 불공정성에 눈감아버린 건 너무나도 답답한 후진국형 현실"이라고 했다. "해리 포터를 탈고한 조앤 K 롤링도 무명작가에 불과해 출판사에서 1500파운드(약 220만원)를 받았지만 매절 계약 같은 불공정한 계약 조건은 없었다"며 "'구름빵'을 수입한 프랑스에서 매절 계약은 아예 무효"라고 했다.

그러나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절계약은 번역 출판이나 저자가 여럿이라 인세 정산에 어려움이 있는 계약 때 해오던 구습으로 항상 무효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처음 계약할 당시 '구름빵'의 모든 저작재산권이 출판사에 넘어간 것은 책 말고도 뮤지컬·애니메이션 등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출판사에 넘긴다는 특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작가들이 특약 조항엔 신경을 잘 안 써서 벌어진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조은희 한솔수북 대표는 "백 작가가 인세 지급에 동의한다면 이후 '구름빵' 판매로 얻는 수익은 신진 작가 지원금으로 쓰는 등 공익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