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버린|김유담 지음|창비|344쪽|1만4000원
탬버린에 달린 동그란 금속의 이름은 '징글(jingle)'이다. 소설 속 열여덟 살 '송'은 노래 부르는 것보다 탬버린의 경쾌한 징글 소리를 더 좋아한다. 팔뚝, 엉덩이, 무릎을 이용해 탬버린을 자유자재로 흔든다. 노래방에서 땀을 흠뻑 빼고 '송'은 매일 밤 불판을 닦으러 고깃집으로 향한다. "탬버린을 흔들 때마다 징글징글징글,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나는 그 소리가 좋아. 나만 징글징글하게 사는 게 아닌 거 같아서. 어때? 너도 들리니?"
단편 8편이 묶인 소설집에는 고향을 벗어나기 위해 상경하거나 서울에서의 삶에 실패하고 낙향하는 시골 출신의 여성이 자주 등장한다.
'가져도 되는'에서 '인희'는 도망치듯 상경해 월 28만원짜리 고시원에 살며 살인적인 아르바이트에 시달린다. '인희'는 "기분이 안 좋아서 백화점에 들러 귀걸이를 샀다"는 대학 동기를 미워할 수밖에 없다. "인희는 기분보다는 기본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였다. (…) 하지만 요즘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기본의 기준이 갈수록 버거워진다고 느끼고 있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삶의 아이러니를 명랑하면서도 날카롭게 보여준다. 그리고 탬버린을 흔들듯, 징글징글한 인생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털어낸다.
'핀 캐리'에서 냉장 트럭을 운전하던 오빠는 지역에서 소문난 아마추어 볼링 선수였다. 오빠는 졸음운전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즉사하고, 오빠의 보험금으로 안락한 오피스텔을 마련한 '나'는 죄책감에 빠진다. '나'는 오빠가 남긴 유품, 볼링장 쿠폰 20장으로 무거운 볼링공을 던지면서 "오빠의 삶이 이제야 묵직하게 다가왔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