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영리단체 알프라임은 최근 3D(입체) 프린터를 이용해서 재사용 가능한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마스크가 필요한 의료진을 위해서다. 이 단체는 3D 프린터 28대를 종일 가동 중이며, 앞으로 15대를 추가해 주당 1000개에 달하는 재사용 가능 마스크를 만들 계획이다. 알프라임은 처음으로 생산한 마스크 세트를 시애틀 아동병원에 기증했다. 개발자인 로리 라슨은 "3D 프린팅 설계 기술을 마스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3D프린팅 기술이 코로나 사태에서 구원투수가 되고 있다. 의료용품과 마스크 수요 폭증으로 물량이 부족해지자 전 세계 3D 프린팅 회사들이 나서서 제품을 찍어내고 있다. 미국 IT 매체 씨넷은 “갑작스러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의료용 제품 공급이 어려웠지만, 최근 3D 프린팅 기술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의료용품 수요가 급증하자 3D 프린팅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체코 프루사가 만든 얼굴 가리개와 이탈리아 이신노바가 만든 인공호흡기 밸브, 미국 알프라임이 만든 마스크, 중국 윈선의 격리시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의료용품부터 격리시설까지 제작

3D 프린팅 기술은 주로 의료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병원으로 갑자기 코로나 환자들이 몰리면서 의료진들은 장비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체코 3D프린팅 업체 프루사는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얼굴 가리개를 제작했다. 개당 1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하루 800개를 제작할 수 있다. 회사는 체코 보건 당국에 1만 개 이상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이신노바는 마스크와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는 의료용 밸브를 제작해 100개를 병원에 공급했다. 밸브는 8시간마다 바꿔야 하는 소모품이다. 미국의 폼랩은 환자의 콧물이나 가래 같은 검체(시료)를 채취하는 데 필요한 면봉을 3D 프린팅 기술로 하루 7만5000~15만개 생산할 수 있다. 회사는 대량 생산을 위한 1000대의 3D 프린터 시설을 갖췄다.

3D 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는 제품은 다양하다. 198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한 3D 프린팅은 초기에는 합성수지를 층층이 쌓고 자외선을 쪼여 굳히는 방식이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작은 부품뿐 아니라 큰 구조물도 찍어낸다. 중국의 윈선은 코로나 바이러스 격리 시설을 만들어 후베이성의 한 병원에 보냈다. 3D 프린터 한 대가 하루에 시설 15개를 찍어낼 수 있다. 회사는 "3D 프린터로 만든 시설은 샤워시설과 화장실을 갖췄다"며 "기존의 콘크리트 구조보다 두 배 더 튼튼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벨기에의 머티리얼라이즈는 문 손잡이에 손을 댈 필요가 없는 부착 장치를 설계했다. 의학계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눈이나 코 점막을 통해 감염될 수 있어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말라고 권고한다. '핸즈프리' 손잡이는 손대신 팔뚝으로 손잡이를 돌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HP도 핸즈프리 문고리 등을 생산해 세계 각국의 병원에 전달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3D프린팅 엔지니어 모스 아부야사는 손 소독제 병을 손목에 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손목 부착 장치는 사용자가 병을 직접 만지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벨기에 머티리얼라이즈의 핸즈프리 손잡이와 사우디 엔지니어가 만든 손소독제 손목걸이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 가능

3D 프린터의 장점은 빠르고 저렴하다는 데 있다. 3D 마스크를 만든 비영리단체 알프라임에 따르면, 개당 마스크 인쇄 시간은 3시간 이내이며 비용은 2~3달러 수준이다. 밸브나 다른 의료용품도 비슷하다. 중국 윈선은 10㎡ 크기의 격리시설을 두 시간 내에 만들 수 있고, 가격도 한 채에 4000달러 정도다.

특히 3D 프린터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BMW 등도 인공호흡기와 마스크를 만들고 있는데, 이처럼 큰 기업들이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2017년 작은 3D 프린팅 회사를 창업한 아이작 버드멘과 스테파니 키프 커플도 의료진을 위한 얼굴 가리개 50개를 제작했고, 앞으로 250개를 더 생산할 계획이다. 가정에 보급용 3D 프린터만 있어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최근 기업이나 개발자들이 각자가 설계한 제품 디자인을 공익적 목적으로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어, 이를 다운받아 사용하면 된다. HP나 알프라임도 현재 생산 중인 제품의 디자인 파일을 무료로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