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빛을 내는 TV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1000만대(누적 기준) 판매를 돌파했다. 30여 년간 TV 패권을 장악한 LCD(액정표시장치) TV 시대의 종언(終焉)이자, OLED TV 시대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이런 대형 OLED 패널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한국·중국·일본 간 삼국지도 시작됐다.
2일 시장조사 기관인 옴디아는 지난 2월 기준으로 OLED TV 패널의 출하량이 누적 1005만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000만대 누적 판매는 신규 기술인 OLED TV가 일반 소비자에게 차기 TV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는 게 TV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OLED TV 패널은 2013년엔 연간 3만5000대로 미미했지만 이후 큰 폭으로 성장했고 작년엔 330만대에 달했다. 반면 LCD TV 패널은 2년 전 정점을 찍은뒤 판매 수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재팬디스플레이(JDI), BOE, CSOT, HSK 등 한·중·일의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속속 OLED TV 패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12조원 쏟아붓고 수성 나선 LG
자발광(自發光) 소재인 OLED는 2000년대부터 '꿈의 TV'로 여겨졌다. 얇은 데다 가볍고 휠 수도 있다. 완벽한 검은색도 표현한다. 당시 세계 TV 1위였던 소니는 브라운관 TV에 이어 곧바로 OLED TV로 직행하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소니는 수 미터(m)짜리 OLED 유리 원판을 뽑아내는 데 기술 한계에 부딪혔고 그 사이 LCD 패널을 앞세운 삼성과 LG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LG디스플레이는 죽은 듯하던 OLED를 2013년 되살려냈다. 가로·세로 2.2m·2.5m짜리 OLED 유리 원판을 양산한 것이다. 한 장으로 55인치 TV 6대를 만들 수 있는 크기다. 현재 세계에서 TV용 OLED 패널을 제조하는 곳은 LG가 유일하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를 비롯해 일본 소니와 유럽 필립스, 중국 스카이웍스, 콩카, 창훙 등 19개 TV 제조사에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 중국 광저우에 OLED 신규 공장을 가동하는 한편, 국내 파주에는 2023년까지 추가 생산 라인을 건설한다. 2023년이면 연간 OLED TV 1000만대분을 만들 수 있다.
◇OLED 한·중·일 삼국지 시작
한·중·일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일제히 OLED TV 패널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 방식의 OLED 패널에 1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 측은 "QD-OLED는 파란색 OLED 물질 위에 빨간색·녹색의 퀀텀닷 물질을 올리는 방식으로, 현재의 OLED보다 색 재현력이 좋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르면 연내에 충남 아산과 중국 쑤저우의 LCD 패널 라인을 폐쇄할 계획이다.
일본 JDI는 자회사 JOLED를 통해 작년 11월 잉크젯 프린팅 방식의 OLED 패널 공장을 건설했고 올해 생산을 시작한다. 제조 원가가 현재보다 저렴한 이 방식을 내세워, 역전을 노리는 것이다.
중국은 LCD 시장에서 성공한 저가 물량 전략을 OLED에서도 쓸 태세다. 중국 HKC는 중국 후난성에 대형 OLED 생산 라인을 짓고 있으며 2021년부터 대량생산에 나선다. 관심사는 세계 최대 LCD 업체 BOE다. BOE는 한국보다 10여년이나 늦게 LCD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물량을 앞세워 단숨에 1위를 뺏어간 장본인이다. 대형 OLED의 기술 개발에 10억위안(약 17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BOE의 TV용 OLED 양산 시점은 2024년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