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T(정보기술) 하드웨어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곳은 데이터 센터용 저장 매체 시장일 것이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기반의 대용량 저장 매체가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기반 제품을 급속히 대체하고 있다. SSD는 HDD보다 더 큰 용량을 구현하면서,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압도적으로 빠르다. 공간과 소비전력, 발열 등의 측면에서도 훨씬 우수하다. 이 때문에 비슷한 용량의 HDD보다 값이 몇 배나 비싼데도 세계적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가 앞다퉈 SSD 기반 대용량 저장 매체에 투자하고 있다. 클라우드(가상저장공간)에 기반한 동영상 서비스와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정용 PC 수백만 대를 가득 채우고 남을 만큼의 막대한 데이터를 빛처럼 빠르게 입출력하는 극한의 성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두'는 바로 이 분야의 최첨단 기술인 '엔브이엠이(NVMe) SSD 컨트롤러'를 만든다. SSD 컨트롤러는 SSD 내부의 비휘발성메모리(플래시메모리)에 데이터를 읽고 쓰는 일을 담당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SSD의 핵심 부품이다. NVMe는 SSD와 컴퓨터 CPU 간에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받는 기술 표준을 뜻한다. NVMe라는 말 자체가 '비휘발성메모리 데이터 연결 기술'의 약자다. 기존 SSD는 HDD가 사용해온 '사타(SATA)'라는 방식을 써 데이터 입출력 속도가 초당 600메가바이트(MB)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NVMe 방식의 SSD는 PC의 CPU가 이용하는 데이터 통로(PCI익스프레스)와 SSD를 직접 연결, 데이터 입출력 속도가 초당 수천MB를 넘나든다.
파두가 만든 NVMe SSD 컨트롤러는 삼성전자나 인텔 같은 세계적인 업체들의 제품을 뛰어넘는 성능을 갖췄다. 전력 소모도 가장 적다. 한 번에 수천~수만 개의 SSD를 사용하는 대형 데이터 센터라면 연간 수억원의 운영비를 아껴줄 수 있다. 파두를 창립한 서울대 공대 '메모리 및 스토리지 구조연구실' 출신 석·박사들의 뛰어난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캡스톤은 2017년 11월 파두에 5억원을 처음 투자했고, 올해 1월 3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첫 투자 당시 파두가 보여준 제품은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뛰어난 원천 기술을 집약하고 있었다. SSD 컨트롤러는 SSD에 들어가는 플래시 메모리뿐만 아니라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전반에 대한 뛰어난 이해가 있어야만 만들 수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기반이 약한 한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그것도 SSD 컨트롤러라는 생소한 영역에 도전하는 과감한 시도가 너무도 대견했다. 이미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이 회사의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제조 스타트업 중 최초의 '유니콘'이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