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으로 제주도의 렌터카(사업)를 쓸어버리자."
라임자산운용(라임)의 배후 전주(錢主)로 알려진 '기업 사냥꾼'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작년 초 강남 룸살롱에서 '작전'(인수 후 주가조작) 세력이라 불리는 금융권 인사들 앞에서 했던 말이다. 본지는 23일 당시 김 전 회장의 '호언장담'이 담긴 녹취록 내용을 일부 입수했다. 실제 김 전 회장은 2000억원까지는 아니지만 스타모빌리티의 회사 자금 200억원을 동원해 동향 친구 A씨의 제주도 렌터카 업체를 인수하려 했다. 하지만 인수는 무산됐고 그 200억원은 스타모빌리티로 되돌아가지 않는 대신 김 전 회장과 관련이 있는 모 사채업자에게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주도 렌터카 투자 200억원 횡령 의혹
녹취록에서 김 전 회장은 "(제주도) S 렌터카 A 사장이 내 ○○ 친구여"라며 "2000억 그거 해서 총량제로 제주도 차(렌터카 사업) 싹 쓸어버리자고, 제주도 스타렌터카 사업 갖고"라고 말했다. 당시는 김 전 회장이 수원여객에 라임 자금을 대여하고 증권사 출신 김모(42)씨를 그 회사 재무 이사로 앉힌 뒤 161억원을 빼돌린 뒤였다. 두 사람을 연결해 준 인물은 김 전 회장의 동향·동갑 친구인 청와대 김모(46) 전 행정관이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한 기계 장비 회사 '인터불스'의 이름도 '스타모빌리티'로 바꿨다. 제주도 렌터카 업체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이란 게 업계 설명이다. 또한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의 사업 영역을 전기버스, 이차전지, 공유 모빌리티 등으로 확대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에스모, 디에이테크놀로지 등 관련 기업들을 인수해 나가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법무 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는 한때 디에이테크놀로지의 사외 이사를 지냈다.
실제 김 전 회장의 스타모빌리티는 친구 A씨의 렌터카 회사 주식 12만여 주를 225억원에 인수한다고 작년 12월 16일 공시했다. 당시 스타모빌리티는 인수 대금의 90%에 해당하는 200억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다. 통상 계약금은 인수 대금의 10%를 지급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스타모빌리티는 같은 달 26일 계약 철회를 밝혔고 계약금 회수 여부는 공시하지 않았다. 스타모빌리티는 지난 18일 "계약금 200억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김 전 회장을 횡령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A씨는 이날 본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공범 도피 지원하다가 본인도 잠적
김 전 회장이 수원여객 횡령 사건의 공범인 이 회사 재무 이사 김씨의 국내 가족을 보살펴 주며 해외 도피를 돕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찰은 수사가 시작된 작년 초 해외로 도주한 김씨에 대해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김 전 회장이 김씨의 국내 가족을 지원하면서 그의 귀국을 막았다는 것이다. 그런 김 전 회장도 지난 1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도피한 김씨의 장인은 김 전 회장이 실소유주인 스타모빌리티의 전 대표이사 박모씨로 알려졌다. 김씨의 전처는 김 전 회장이 올 초 인수했다가 내부 자금 230억을 빼돌리고 60억의 웃돈을 얹어 보람상조회에 넘긴 재향군인회 상조회의 사외 이사로 있었다. 경찰은 아직 김씨 가족들에게까지 수사를 확대하진 않은 상태다. 사정 기관 관계자는 "A씨가 운수 업체 횡령 건으로만 1년 넘게 해외 도피 중인 만큼 혹시라도 마음이 약해질 것을 대비해 김 전 회장이 '국내 가족은 내가 책임질 테니 귀국하지 말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