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3년 차 사원 임모씨 일과는 최근 더 바빠졌다. 출근 전 야간 선물(先物)과 미국 시황을 확인하고 신문 경제면도 꼬박꼬박 읽는다. 출근해선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종목과 코스피 시황을 확인한다. 점심엔 짬을 내 유튜브에 올라온 ‘호가 창 분석’ 등 주식 관련 영상을 본다. 온종일 오르락내리락 숫자가 바뀌는 화면에 따라 그의 얼굴도 붉어졌다가 파랗게 질리기를 반복한다. 부장 구모씨는 자신도 과거 주식으로 돈을 잃은 경험이 있는 데다 임씨가 유난히 업무에 집중 못 하는 것 같아 ‘최근 시황도 좋지 않은데’라는 말을 건넸다. 연일 시황판에 파란불이 켜지는데 주식 보유를 늘리는 임씨가 걱정되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구씨는 이후 회사에서 자신이 ‘주식 꼰대’로 불린다고 했다.

안병현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예탁 자산이 10만원 이상,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한 적이 있는 활동계좌 수는 3023만8046개다. 이달 들어 2주여간 33만개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5000계좌가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량이 10배쯤으로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에서 남들이 수익 내고 좋아할 때 땅을 쳤습니다. 나만 뒤처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언젠가는 상황이 정상화될 텐데, 저점 매수 기회 아닌가요." 2030은 모여 앉으면 시황과 투자 전략, 종목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임씨 역시 보고 배운 투자 전략에 따라 헤지(위험 분산)를 한다며 삼성전자 70%,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펀드에 30%를 분산투자했다고 얘기했다.

2030은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매수 행진을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 후 매도 행진을 벌이는 외인, 기관과 달리 개인은 지난달 17일부터 3월 4일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 기간 이들의 순매수액은 13조원에 달한다.

증시는 한동안 젊은 층에게 외면받았다. 높은 청년 실업률로 안정적 수익이 없는 데다 박스권에 갇힌 주가 탓에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 여겨졌다. 비트코인, 부동산 투자에 밀리기도 했다. 지난 1월 거래 신고된 아파트 거래량(1만491건) 중 30대 매입 비율은 30.4%로, 40대(28.9%), 50대(19.8%)를 앞질렀다. 한동안 부동산에 쏠렸던 자금이 오를 만큼 오른 가격 때문에 다시 증시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050은 최근 상황이 어리둥절하다고 얘기한다. 하락장에서 거듭되는 매수 행진이 달갑지 않다. 한 50대 전업투자자는 "20~30대는 폭락과 금융 위기를 경험하지 못해 바닥을 모른다"며 "돈 체력도 약할 텐데 변동성이 큰 장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실제 증권사가 주식 매수 대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액수를 가리키는 신용융자 잔액은 1월 9조원대에서 이달 중순 10조원대로 늘기도 했다. 또 다른 50대 투자자는 "개인은 분산된 투자자이기 때문에 외인이나 기관의 집중된 힘에 당해내기 힘들다"며 "IMF 구제 금융 사태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도 개미들이 저점 매수를 외치다 낭패를 봤다"고 했다.

4050 발언 속엔 근무 태도에 대한 불만도 담겼다. 한 식품업체 부장은 "휴대전화를 보고 한숨을 푹푹 내쉬는 이들이 어떻게 업무에 집중하겠느냐"고 했다. 휴대전화로 주식 창을 본다거나 근무에 집중을 못 하는 젊은 직원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얼마를 벌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다른 직원들의 근무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물론 4050도 주식 매수 행렬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2030보다 거래액 단위가 커서 손해 규모도 크다. 비상금을 주식으로 돌렸다가 곳곳에 켜진 파란불에 남몰래 냉가슴을 앓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보유 현황을 보면 주식 보유 대부분은 50대(33.5%)와 40대(25.8%)였다. 미래에셋대우 김수진 연구원은 “4050은 부모 봉양과 자녀 교육, 노후 준비를 모두 해야 하는 세대로 2030과 비교해 주식 투자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