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팬데믹(세계 대유행) 선언으로 각국 증시가 폭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고 광범위한 위기가 닥쳐올 것이란 우려가 크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즉각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다. 미국은 기준금리 큰 폭 인하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시적 근로소득세 '제로' 카드까지 꺼냈다. 영국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독일도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다. 방역 대책과 동시에 신속하고 과감한 경제적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코로나 사태의 충격을 크게 받고 있는데도 정부 대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소상공인들이 "죽기 직전"이라고 아우성인데 정부의 정책자금 집행률은 10%에도 못 미친다. 그동안 소상공인들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멀쩡한 중소기업까지 일시적 자금 부족으로 흑자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대출 시스템을 비상 체제로 전환해야 하지만 금융 당국은 나중에 책임 안 질 궁리만 한다.

항공사 승객이 85%나 급감했고, 조선업의 선박 발주는 57%, 자동차 판매는 20% 넘게 감소했다. 내수 업계 선두권인 업체들마저 매물로 나오고 영화관·취업알선 분야 1등 기업들의 매각설마저 나돌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셀 코리아'에 나섰다. 12일 코스피 시장은 9년 만에 일시 거래 정지 조치가 취해지는 등 폭락세가 이어졌고,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위기 대응의 사령탑이 돼야 할 기획재정부는 '마스크 대응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추경예산 증액 문제를 논의한 11일 당·정·청 회의는 아예 경제 부총리를 뺀 채 진행됐다. 부총리 대신 참석한 기재부 차관은 아예 입도 열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과 청와대의 관심은 온통 선거에 쏠려 있고 경제 부처는 눈치만 보고 있다. 컨트롤 타워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중소기업 자금 지원은 그들의 장부를 꿰뚫고 있는 은행 등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금융위가 은행을 가동하는 시스템만 돌리면 자금 지원 기간을 대폭 단축시켜 '억울한 부도'를 막을 수 있다.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 큰 효과를 봤던 방식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그조차 못한다. 권력은 관심이 다른 곳에 있고 관료들은 나중에 닥칠 책임론 공방에서 빠져나갈 생각이 먼저다. 과거 큰 대가를 치르며 습득한 위기관리 노하우마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어떤 형태의 경제위기든 항상 기업이 살아나면서 위기가 수습됐다. 현 정부 반(反)기업 정책으로 기업들의 체력은 너무 떨어져 있다. 결국 어떻게 이를 반전시키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