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확산에 대학가 초유의 '개강 연기·온라인 수업'
등교는 한 달 미뤄지는데…기숙사비·등록금 놓고 갈등
서강대는 기숙사비 '차액 환불' 방침 놓고 공정위 신고까지
"등록금 인하돼야" 청와대 국민청원은 동의자 6만 명 넘어

대학가에 기숙사비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신종 코로나(코로나19) 여파로 개강이 연기되면서, 줄줄이 기숙사 입사 시기도 한 달 가까이 늦춰졌기 때문이다. 개강을 하더라도 2주간 수업이 온라인(동영상) 강좌로 대체되면서, 학생들은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등 학습권을 침해받았다며 ‘환불 보상’도 요구하고 있다.

일부 학생은 기숙사 입사가 늦어지면서, 시설을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 대한 차액을 환불해 달라며, 기숙사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글을 올리며, 등록금을 인하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한 코로나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 일부 대학들이 개강 연기를 한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기숙사 정문에 코로나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서강대는 학생 안전을 위해 입학 행사와 졸업식, 신입생 OT를 모두 취소하고, 개강도 2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실제 기숙사 거주 기간 줄어들어…일부 대학 '환불 불가' 방침에 공정위 신고도
서강대는 기숙사 입사 지연으로 학교 측과 학생 사이 갈등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대학이다. 서강대는 지난 2일 기숙사 홈페이지에 "온라인 강의 실시로 인한 2주 입사 지연은 차액 환불이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개강이 오는 16일로 늦춰지면서, 입주가 미뤄지는 14일치에 대한 환불은 가능하나, 이달 30일로 예정된 오프라인 개강으로 인한 입사 지연 분 14일치는 돌려주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은 학교의 이런 방침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서강대 학생 A씨는 지난 3일 이 학교 기숙사 ‘곤자가 국제학사’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 학생은 서강대 학생 커뮤니티인 ‘서담’에 이런 사실을 알리며 "(온라인 비대면 수업 2주 시행에 따른) 지연 입사 선택자에게는 기숙사에 살지 않음에도 환불을 일괄적으로 불허하고 있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매우 다분하다"며 "지연 입사하는 신청자에게 기숙사를 이용하지 않은 일수 분만큼 환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서강대 총학생회는 지난 3일 "지연 입사에 따른 기숙사비 차액 환불 불가로 인해 학생들의 불만을 확인했지만, 기숙사 내부 규정으로 인해 환불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그러나 이번 지연 입사가 우한 코로나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하며 학교 대책위원회 측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강대와 달리, 기숙사 입사일을 일괄적으로 늦춰 환불을 결정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이달 9~10일이던 기숙사 입사일을 오는 28일로 변경했다. 한양대도 오는 27일 기숙사 입사일을 옮겼다. 두 학교는 거주기간 단축에 따른 차액은 4월 중 학생들에 환불할 방침이다.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한 코로나(코로나19)로 인해 16일로 개강이 연기되면서 각 대학은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강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원하는 입주 날을 골라 차등 환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대학들도 있다. 연세대는 생활관 입사를 △개강을 앞둔 주말(1차) △개강하고 2주의 온라인 강의가 끝난 주말(2차) 등 두 번에 걸쳐 입사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1학기 기숙사비 자체는 납부 절차가 완료된 상황"이라며 "입주 시기에 따라 각각 약 1주일 분과 3주일분의 기숙사비를 환급할 예정"이라 말했다.

4주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성균관대는 1학기 기숙사 입사일을 개인 상황에 맞춰,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원하는 날짜에 입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측은 사용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차액을 일별로 계산해 환불해주기로 했다.

◇"학습권 침해…등록금 인하해달라" 청원도
기숙사비뿐 아니라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우한 코로나 확산으로 올해 1학기 개강은 사실상 3월 30일이 됐고, 기존 16주 수업이 14주에서 15주로 단축됐지만, 예상과 다르게 등록금 인하는 없었다"며 "학습권이 침해되었기에 등록금 감면으로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 글은 6일 오후 3시 현재 6만 1612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 청원. 6일 오후 3시 기준 6만1612명이 동의했다.

27개 대학 총학생회의 연대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도 지난달 28일 교육부에 등록금 부분 환불 요구하고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전대넷이 지난 3일 공개한 전국 대학생 1만 4069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4.3%인 1만 1860명이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9172명(65.2%)은 "학사 일정 조정으로 피해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등록금 부분 환불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부분 환불은 월 단위부터 가능하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대학이 수업을 1개월 전 기간에 걸쳐 휴업한 경우 해당 월의 등록금은 면제 또는 감액해야 한다. 만약 대학 개강이 지금보다 추가 연기돼 한 달까지 미뤄진다면 감액이 허용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에서 2주만 개강 일자를 지연한 뒤, 일단 온라인 개강을 진행하기로 한 상황이어서 환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앞서 교육부는 사상 초유의 대학 개강 연기 방침을 발표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2일 "우한 코로나가 안정될 때까지 등교수업·집합 수업을 하지 않고 원격 수업·과제물 활용 수업 등 재택 수업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이에 이미 개강을 1~2주 늦췄던 대학들은 온라인 동영상 강의 기간을 추가하면 학생들의 등교를 3~4주 뒤까지 미룬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