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도 없는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을까. 하나은행에서는 가능하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신용 대출'은 고객 중심으로 대출 과정의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은행과 거래한 적이 없어도 은행에 가거나 서류를 낼 필요 없이 대출이 가능하다. 휴대전화와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24시간, 365일 언제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이 대출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3분이다. 이는 고객의 직장 정보, 소득, 보유 자산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자동으로 반영해 대출 여부를 심사하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 대출도 지하철 갈아타듯 간편하게 갈아탈 수 있도록 '대환 대출'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도 내놨다. 하나원큐 신용 대출은 고객 중심의 철학과 디지털 기술이 만나 혁신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디지털 두 축으로 앞서 나간다
하나은행은 글로벌과 디지털이라는 두 가지 축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최초로 글로벌 지급 결제 플랫폼인 'GLN(Global Loyalty Network)'에 참여한 것이다. GLN은 전 세계 14국, 57사가 참여하는 글로벌 지급 결제 플랫폼이다. 전 세계 금융회사,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 등을 한 네트워크로 연결해 국경의 제약 없이 모바일로 자유롭게 결제, 송금,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출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GLN 서비스에는 SSG페이, 토스가 파트너사로 참여하는 등 네트워크가 계속 커지고 있다.
외부와 협력해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하나은행은 최근 국내의 대표적인 핀테크 업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과 손잡고 '토스뱅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세 번째 인터넷 은행으로, 하나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토스·카카오페이 등 주요 핀테크 업체와 제휴한 서비스도 꾸준히 내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환전 지갑'이다. 이 서비스는 달러, 유로, 엔 등 12종류 통화로 디지털을 통해 간편하게 환전할 수 있도록 해준다. 1만달러까지 보관해두는 기능도 있기 때문에 환율이 높아지면 원화로 바꾸는 방식으로 환(換)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
금융의 판을 바꿀 신기술로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데도 하나은행은 앞서 나가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SK텔레콤 등과 협력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모바일 전자 인증 시범 서비스를 구축했다. 또 코스콤과 함께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위·변조 우려 없이 고려대 학생증을 만드는 혁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특허를 47건 출원했다. 또 스타트업 발굴·협업·육성 프로그램인 '1Q 애자일 랩(Agile Lab)'을 통해 76개 스타트업을 발굴 및 육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유망 스타트업과 은행이 동반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영토 확장
하나은행은 지난해 베트남 현지의 자산 규모 1위 은행이자 4대 국영 상업은행에 속하는 BIDV(Bank for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Vietnam)의 외국인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취득했다. 총지분 15%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된 것이다. 대표적인 신(新)남방 국가인 베트남에서 국내 은행 사상 최대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향후 하나은행이 신남방 지역을 공략하는 데 전초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BIDV는 증권, 보험, 리스, 자산 관리 등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린 최대 국영 상업은행이다. 2018년 말 총 자산 규모가 66조3000억원에 달한다. BIDV 은행 측은 하나은행의 선진적인 리스크 관리 기법, 개인 금융 관련 노하우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기업 금융 위주인 BIDV 자산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베트남 내 하노이·호치민 등 2개 영업점을 통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진출한 바 있다. 이번 BIDV 지분 투자를 통해 BIDV의 베트남 내 1000여 지점 및 사무소, 5만8000여 ATM 등 방대한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두 은행의 활발한 제휴로 현지 기업과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 모두에 앞서나가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또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디지털 뱅크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계열사인 라인파이낸셜아시아가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지분 20%를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