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년 전보다 4.1% 감소했다. 외환 위기, 금융 위기, 메르스 사태 등 대형 악재가 있었던 해를 빼면 국민소득 감소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기업 투자와 고용·소비 등 경제 활력이 위축되면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명목 경제성장률이 외환 위기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1.1%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장률은 OECD 꼴찌 수준이고 57년 만에 일본에도 뒤졌다. 여기에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하는 원화 가치도 6% 가까이 떨어져 소득 감소를 부추겼다. '소득 주도 성장' 3년 만에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역설이 벌어졌다.
사실은 역설이 아니라 필연적 결과다. 최저임금 인상과 세금 살포를 통해 가계 소득을 올려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애초부터 비현실적이란 지적을 받았다. 소득은 성장의 결과물인데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뒤집겠다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식이었다. 실제로 정책 추진 첫해부터 고용이 악화되고 자영업·서민 경기가 냉각됐으며 하위층 소득이 줄어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책 전환은 없다"고 고집을 부리며 여기저기 속출하는 부작용마다 세금 퍼붓기로 땜질만 해왔다. 그렇게 3년 세월을 보내더니 결국 '소득도 줄고 성장도 위축되는' 실패를 부르고 말았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만이 아니다. 너무나도 경직된 주 52시간제를 형벌 부과와 함께 강제하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환경·안전 규제를 대량으로 쏟아내자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줄이고 생산 설비를 해외로 옮겼다. 지난해 산업생산이 19년 만의 최악을 기록하고 제조업 생산 능력은 48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으며 3년간 118만개의 풀타임 일자리가 사라졌다. 건전 재정이 최대 강점이던 나라가 재정 적자와 나랏빚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여기에 우한 코로나 사태까지 덮치면서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 침체가 금융 위기로 번지면 정말 큰일이다. 이제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국정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