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이야기 - 너 어디에서 왔니|이어령 지음|파람북|432쪽|1만9000원 우리나라 말고 외국에도 태명이 있을까. 이어령 교수는 쑥쑥이·튼튼이·뒹굴이 등 토박이말로 지은 태명이 또 하나의 한류라고 말한다. 영어권에서는 태아를 지시대명사 ‘it’이나 ‘베이비(baby)’ 정도로 부르지 배 안의 아이에게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명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도 태명을 한국말 그대로 ‘Tae-myung’이라 표시한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들이 태명을 짓느라 고심하는 사연도 찾아 볼 수 있다.
태명부터 출산 후 먹는 미역국, 삼신할미와 몽고반점 등 한국인의 독특한 문화 유전자를 찾아간다. 77세이던 2009년에 일간지 연재로 시작한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를 88세에 책으로 내게 됐다. 10여 년 사이에 암 선고를 받고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다. 탄생 편인 '너 어디에서 왔니'를 시작으로 회색의 교실(가제), 젓가락의 문화 유전자(가제) 등 평생의 지적 여정을 담은 시리즈를 출간할 예정이다.
저자는 꼬부랑 고갯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꼬부랑 할머니가 한국인이 지닌 이야기 유전자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책 구조 역시 열두 고개로 나뉜다. 태명 고개를 넘으면 배내 고개, 출산 고개, 삼신(할머니) 고개가 이어진다. 미국 아마존까지 진출한 ‘호미’가 한국에만 남아 있는 나물 채집 문화를 보여준다거나 빌보드 차트에 오른 동요 ‘상어 가족’의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가 옹알이 소리에서 비롯됐다는 흥미로운 주장들이 펼쳐진다.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고 끄덕이기도 하며 따라 읽다 보면 잊고 살았던 한국인의 긍지를 되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