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심각한 '두뇌 유출(brain drain)'을 겪고 있다. 정부가 생존을 위해 나라 자산을 외국에 팔아넘기는 동안 국민은 일자리를 찾아 대거 외국으로 떠나는 엑소더스가 벌어지는 것이다. 올해 그리스 인구는 1068만명인데, 20년 전인 2000년(1077만명)보다도 적다. 가장 인구가 많았던 2011년(1112만명)과 비교하면 44만명(4%)이나 줄었다.

특히 젊은이들이 고국을 등지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그리스 실업률은 19.3%이며, 청년 실업률은 2배인 39.4%에 달했다. 청년 실업률은 최악이던 2012년(55.2%)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EU(유럽연합)에서 가장 높다. 아테네 시내에서 만난 포테이니(23·여)는 "친한 친구가 런던에서 공부하며 현지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며 "국내 취업이 어려워 외국으로 떠나는 또래가 흔하다"고 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주로 독일·영국 등 유럽 선진국이나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중동 부국이다. 2010년 구제 금융 이후 호주로 떠난 그리스인만 1만명에 달한다. 의사·엔지니어 등 전문직들도 고국을 떠나 해외로 향했다.

경제가 나빠지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그리스를 떠나고 있다. 2012년 아테네 증시에서 시가총액의 22%를 차지하던 최대 기업 '코카콜라헬레닉'은 본사를 스위스로 옮겼다. 코카콜라 브랜드를 가져와 음료 제조업을 시작한 지 43년 만에 고국을 등졌다. 한국으로 치면 삼성전자가 외국으로 떠난 셈이다. 90년 가까운 역사의 대표적인 낙농기업 '파예'도 2012년 룩셈부르크로 이전했다.

젊은 두뇌들과 기업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가자 그리스는 해외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13년 '골든 비자' 제도를 도입해 부동산을 25만유로(약 3억2000만원) 이상 구매한 외국인에게 5년 영주권을 내주고 있다. 돈으로 사는 영주권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싸다. 이 제도로 지금까지 20억유로(약 2조5000억원)의 국내 부동산이 외국인에게 팔렸다.

그러나 골든 비자가 인기를 끌수록 그리스 청년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가뜩이나 일자리도 없는데 집값과 월세가 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