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사태' 손소독제 동나자 '셀프 제조법' 인기
약국에 '소독용 에탄올' 품귀현상… 온라인 판매 전년比 126배↑
의료전문가 "어설픈 손소독제, 피부질환 등 부작용 우려"

"에탄올 80%, 글리세린 또는 정제수 20%를 섞으면 시중에 판매하는 ‘손 소독제’와 똑같습니다. 젤 형태를 선호하면 글리세린을, 끈적함이 싫으면 정제수를 더 넣어주세요."

"손소독제 별거 없어요. 마트에서 파는 락스에 물을 1대 10 비율로 희석해서 분무기 통에 넣고 손에 뿌려주면 바이러스 다 박멸됩니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방역용품이 품귀(品貴)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DIY(Do It Yourself·직접 제작) 손소독제’ 제조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비싸지고 물건을 구입하기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이 직접 제조에 나선 것이다.

5일 노량진동의 한 약국에서 품절된 에탄올(좌)과 인터넷 상점에서도 재고 품절된 에탄올(우).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7일 서울 시내 약국 12곳을 살펴본 결과, 11곳 모두 소독용 에탄올이 품절된 상태였다. 일부 약국의 경우, 에탄올을 낱개로는 판매하지 않고 ‘손소독제 제조 패키지’라며, 에탄올과 글리세린을 묶어파는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대한약사회는 의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손소독제를 사용할 경우 피부질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 DIY 손소독제 열풍에 '에탄올'도 품절… '검증無' 제조 방법 제각각
시판 중인 손소독제의 주요 성분은 흔히 알코올이라 부르는 '에탄올'이다. 에탄올이 피부에 닿아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세포벽을 파괴하는 원리다. 시판 제품은 에탄올을 기본 재료로, 피부염 등 부작용이 없도록 다른 재료들과의 성분비를 계산해 만들어진다.

손 소독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영상들.

유튜브 여러 채널에 올라온 ‘DIY 손소독제’ 역시 공통적으로 에탄올에 글리세린, 알로에겔, 정제수 등을 섞으면 손소독제가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재료를 섞는 비율이 제각각인 데다 제조법을 설명하는 유튜버도 어린이, 청소년, 비전공 일반인 등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에탄올이 없으면 알코올 솜으로 대체하라" "락스를 물에 희석해 써라" 같은 비의학적 의견으로 만들어진 ‘깜깜이 제품’이 준의약품으로 둔갑해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시중 약국에선 소독용 에탄올이 품절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한 약사는 "소독용 에탄올을 10개 이상 사 가려는 손님에게 ‘어디에 쓰실 거냐’고 물어보니 ‘손소독제를 만들려고 한다’는 답을 들었다"며 "무턱대고 재료를 섞기만 하면 손소독제가 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또 다른 약사는 "유행성 질환에 타미플루나 마스크, 손소독제가 다 나가는 경우는 봤어도 소독용 에탄올까지 품절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사스나 메르스 때도 이런 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품절 대란은 온라인 마켓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4일까지의 소독용 에탄올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6배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저도 물량이 없어 물건을 올리는 족족 팔려나간다"고 했다.

손소독제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김인경(39)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늘면서, 손소독제 가격이 뛰었고, 물건 구하기도 힘들어졌다"며 "만들어 사용할 경우 가격도 저렴하지만, 양이 2배 이상 많아져서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했다.

◇어설픈 소독제보다 손씻기가 더 효과적
전문가들은 안정성을 검증받지 않은 DIY 손소독제를 사용할 경우 피부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소독제는 에탄올 비율이 67~73% 수준일 때 소독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한다. 에탄올 비율이 낮으면 소독력이 떨어지고, 높으면 수분증발 강도가 세 피부자극이 일어날 수 있다. 어린이, 노인의 경우 건조증 등 피부질환이 유발될 수도 있다.

김용균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보건당국에 인증된 손소독제는 에탄올 비율이 60~70% 수준으로 일정하고, 의료현장에서 쓰는 소독제 역시 70% 초반"이라며 "자체 제작한 손소독제를 쓰다가 피부에 이상반응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DIY 손소독제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일자, 최근 대한약사회는 "알코올 솜, 락스 등의 재료로 만드는 손소독제는 소독 효과가 크지 않고 가려움증 등 피부질환만 유발할 수 있다"며 사용 자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어설픈 손소독제보다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질병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며 "바이러스는 물만 닿아도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손소독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