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탈북 청년들이 '핵'과 '김정은'이 아닌 평범한 2500만 북한 사람의 이야기를 미국인들 앞에서 들려주고 왔습니다."

8일 서울 중구 통일과나눔재단(이사장 안병훈) 사무실. 4명의 탈북 청년이 "북한 뉴스는 정치·안보 주제가 대부분인 게 현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8~11월 '탈북청년 리더양성프로그램' 참석차 워싱턴DC, 뉴욕, 캘리포니아, 테네시, 미시간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UC버클리, 호러스맨 고교 등 28개 기관에서 초청 강연 및 회의를 진행하고 34개의 각종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이 만난 미국인은 2800명이 넘는다.

탈북민 청년들이 8일 서울 중구 통일과나눔재단에서 미국 방문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정면을 바라보고 앉은 4명의 탈북 청년들은 왼쪽부터 이정호(서울대), 김다솜(플로리스트 준비 중), 김조이(한일장신대), 김일혁(한국외대)씨.

탈북민 지원단체 LINK(링크)가 통일과나눔재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이번 프로그램에는 김조이(30·한일장신대), 김일혁(26·한국외대), 김다솜(26·플로리스트 준비 중), 이정호(23·서울대)씨가 참가했다.

함경북도 온성 출신으로 2009년 탈북해 2013년 한국에 입국한 김조이씨는 "많은 미국인을 만나 북한의 인신매매, 아동인권과 자유권의 박탈, 강제북송 얘기를 전했다"며 "미국인들이 미디어에서 접할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것을 넘어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어떤 분이 '나중에 북한이 개방됐을 때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먼저 누린 당신에게 북한 주민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느냐고 질문하면 어떻게 대답할 것이냐'고 묻더라"며 "원래 꿈은 사회복지사였지만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했다.

북한 강원도 출신인 김다솜씨는 "워싱턴에 갔을 땐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는 상황이다 보니 그런 정치적 관심에 가려 북한인권 문제가 주목받지 못할까 봐 긴장했다"며 "미국인들에게 탈북 과정에서 노예처럼 팔려가는 여성들의 인권 얘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행에 나섰다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 부모님을 알리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에 참석했다고 한다.

한국외대 정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일혁씨는 "미국인들에게 북한 사람들이 자유를 향해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알렸고, 미국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얘기했다"고 했다. 함경북도 샛별 출신으로 2011년 탈북한 그는 "북한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유엔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평안남도 출신으로 2016년 입국한 이정호씨는 "LA와 뉴욕에서 열린 '링크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했는데 10억원이 금방 모금됐다"며 "북한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이렇게 기부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했다.

링크 한국지부에서 프로그램 담당자로 일하는 김다현씨는 "각자의 경험에서 우러난 탈북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인들이 북한 주민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링크는 지난 십여년간 1200명에 가까운 탈북민을 구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그램 참가자 중 김다솜·김조이씨도 링크가 구출한 탈북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