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정보 미등록 성범죄자 2018년 3771명 '역대 최고'
등록대상자 16명 중 1명꼴 등록의무 위반
처벌수위 약하고 강제력 없어 유명무실 논란
"성범죄 재발 방지에 구멍" 지적도
전 여자친구 몰래 성관계 동영상을 보관한 혐의로 지난 2월 벌금형을 선고받은 A(32)씨는 최근 서울 서대문경찰서를 찾았다. 벌금은 납부했지만 정해진 기간 내에 ‘성범죄자 신상정보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벌금형이 나올 것 같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경찰서를 나섰다.
수사기관이 성범죄자 관리를 위해 시행 중인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의무’를 어긴 범죄자가 재작년 3771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등록대상자 15.8명 중 1명이 어긴 셈이다. 이를 두고 "사법기관이 성범죄 재발(再發) 방지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의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현황 및 의무위반(신규·변경정보·사진미등록) 형사입건 통계’에 따르면, 등록의무를 어긴 성범죄자는 2015년 1949명에서 2018년 3771명으로 93% 늘었다. 법원으로부터 신상정보 등록을 선고받은 대상자는 성폭력특별법에 따라 확정 판결 후 30일 이내에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서 이를 등록해야 한다.
성범죄자 신상등록이 곧 신상공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성범죄자 정보에 대한 일반인 공개 여부는 범죄 무게에 따라 법원이 결정한다. 다만 등록을 거쳐야만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관련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원인으로는 △약한 처벌 수위 △위반자에 대한 체포 등 경찰의 강제집행 권한의 부재 등이 꼽힌다. 현행법상 성범죄자가 신상정보를 등록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마저도 소액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게 대부분이라는 게 일선 경찰들의 설명이다.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 30일 이내에 등록을 하지 않아도 경찰이 위반자를 체포하거나 강제력을 동원하기도 어렵다. 출석통지서를 보내고 자진출석을 기다린다. 통상 경찰의 출석통보를 3차례 이상 거부하면 체포영장이 발부되는데, 이때까지 해당 성범죄자에 대한 정보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등록 의무를 강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제도에는 등록의무를 강제하려는 고민이 없어 보인다"며 "실제 규정대로 처벌토록만 해도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벌금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단순히 벌금액만 높이면 노역으로 대신하면서 여전히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며 "범죄자가 자진 등록하는 현행제도의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처벌 수위 자체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이 등록의무 고지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원이 등록 대상자에게 주는 안내문에는 약관이나 설명서처럼 ‘등록하라’는 안내만 나와있고, 미등록시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신진희 변호사는 "등록대상자들이 (등록을) 형법상 의무로 인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신상정보 등록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인력도 모자란 상태다. 현재 일반직 5명, 무기계약직 22명 등 총 27명이 맡고있다. 재작년 기준 직원 1명이 연간 2200명의 등록대상자를 관리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