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안보실 내의 불화설이 외교·안보 부서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이 정책 노선과 보고 체계 등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어 다음 인사 때 둘 중 하나는 청와대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게 요지다.
소문은 북한이 평북 동창리에서 '중대 시험'을 하고 미국과 말싸움을 벌이던 지난 9일쯤부터 확산됐다. 최 비서관이 '김현종을 자르든 나를 자르든 하라'면서 사의를 표명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한 정부 소식통은 "현안이 많은데도 최 비서관이 9~11일 사흘 휴가를 낸 걸로 안다"고 했다. 최 비서관이 자기 거취를 걸면서 직속상관인 김 차장의 경질을 요구했다면 이는 '하극상'에 해당한다.
청와대는 일단 최 비서관의 사의를 반려했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 비서관과 가까운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데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 청와대 관계자도 사석에서 "김현종과 최종건이 같이 일할 수 없을 만큼 사이가 나빠서 고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차장과 최 비서관의 갈등에는 두 설명이 공존한다. '노선 투쟁설'이 첫째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최 비서관은 '미국과 마찰을 빚더라도 남북 관계를 위해 대북 제재 해제를 적극 밀어붙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미국을 잘 아는 김 차장은 '무리'라고 하는 식"이라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그 제자인 최 비서관 등이 '김현종도 바나나(겉은 노랗지만 속은 하얀 내재적 '친미파'란 뜻)'라는 시각을 공유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자리와 주도권 다툼'이 본질이라는 이도 적지 않다. 안보 부서의 한 당국자는 "청와대의 핵심은 결국 86 운동권 출신"이라며 "김 차장이 최근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조건부 연장 과정에서 힘이 빠지자 최 비서관이 운동권 핵심들과 '코드'를 맞추며 밀어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천하의 김현종도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에게 밀려 행정관 인사 하나 마음대로 못 했다고 들었다"며 "결국 청와대를 움직이는 '알맹이'는 따로 있는데 김현종과 최종건이란 '껍데기'들끼리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아랫사람에게 가혹한 것으로 알려진 김 차장은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자기편'을 별로 만들지 못했다. 반면 최 비서관은 운동권 출신 참모들이 "종건이"라고 부를 만큼 좋은 관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최 비서관이 김 차장을 건너뛰고 청와대 다른 참모들에게 먼저 '보고'를 해오다가 최근 김 차장에게 걸렸다는 것이다. 김 차장이 '나를 거쳐 보고하라'고 요구했지만, 최 비서관이 듣지 않으면서 두 사람 관계는 파탄이 났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다음 외교·안보 라인 개편에서 김 차장은 경질되고 최 비서관이 '2차장'으로 승진할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최종건도 김현종 못지않게 튀는 인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1974년생인 최 비서관이 수시로 관련 부처 실·국장들을 소집해 청와대 지침을 하달하는데 자신보다 12세 위인 모 부처 실장이 부정적 의견을 내자 "저희 어머니가 항상 얘기했어요. 모르겠으면 무조건 외우세요"라고 면박을 줬다는 말이 관가에서 회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