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터에서 무연분묘(無緣墳墓·연고가 없는 사람 무덤) 이장 작업 중 유골 40여 구가 나왔다.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당시 행방불명자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광주광역시와 5·18 기념재단 측은 "현재로서는 5·18 관련자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 철저한 DNA 검사 등을 통해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일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일대에 법 교육 테마공원인 '솔로몬 로파크' 조성을 위한 묘지 개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법무부는 교도소 내에 있는 무연분묘(자손이나 관리해 줄 사람이 없는 무덤)에서 전날 신원 미상의 유골 40여 구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에서 무연분묘 이장(移葬) 작업 중 지난 19일 신원 미상 유골 40여 구를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1908년 광주시 동명동에서 문을 연 광주교도소는 1971년 북구 문흥동으로 이전했다가 2015년 북구 삼각동으로 옮겼다. 법무부와 광주교도소는 지난 16일부터 옛 교도소 자리에 들어설 법 체험 테마파크인 '솔로몬 로(law)파크' 공사를 위해 무연분묘를 개장해 옮기는 작업을 해왔다. 작업 중 집단 유골이 나오자 발굴을 맡은 외부 용역 업체가 법무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옛 광주교도소는 1980년 5월 계엄군이 주둔한 곳으로 당시 희생된 행불자들이 집단 매장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날 발굴 현장을 찾은 김오수 법무부 장관 대행은 "현재로서는 5·18과 관련이 있다고 속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어떤 연유로 유골이 교정 부지에 묻히게 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와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유골 40여구는 1970년대 초 조성한 2개 층의 무연고자 합장분묘 중 위층 묘에서 발견됐다.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합장분묘에는 사형을 집행한 수감자, 복역 중 사망했지만 가족 등 연고가 없어 매장한 수감자 등의 시신이 묻혔다"고 밝혔다. 광주교도소가 동명동 시절 매장한 무연고자들의 유골을 문흥동으로 이전하며 가져와 이곳에 다시 묻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광주교도소가 이전해오면서 재이장한 무연고자들의 유골일 가능성도 있고, 5·18 당시 교도소나 부근에서 희생된 행불자들의 유골일 가능성도 있다"며 "과학적 분석과 자료 조사 등을 통해 분묘 조성 경위와 신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원 미상 유골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과 협력하여 DNA 검사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견된 유골 중 두개골 2개에 구멍 뚫린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구멍은 둥근 모양은 아니었으며, 총상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18재단 등은 지난 2017년 11월 행불자 암매장 추정지로 지목된 교도소 내 교도소장 관사 부근, 서측 도로 부근, 북측 중앙 부근 등을 발굴했으나 시신이 나오지 않았다. 이날 수습된 유골은 전남 함평 국군통합병원에 안치됐다.

솔로몬 로파크는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법 교육 테마 공원이다. 모의 법정, 과학 수사 등 다양한 법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법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도록 법무부에서 기획했다. 광주 솔로몬 로파크는 옛 광주교도소 부지 1만8946㎡에 들어설 예정이며, 오는 2021년 12월 준공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