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지역 편의점주 50명을 모아 놓고 열린 '최저임금 교육 간담회'에서 점주들의 하소연이 3시간이나 이어졌다. 이날 교육을 맡은 노무사가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최저임금을 주는 점주님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니, 50명 중 딱 3명만 손을 들었다. 대부분이 최저임금도 못 주고 알바를 쓰고 있다고 했다. 이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점주는 "지방은 서울 매출의 60%밖에 안 되는 데다 손님이 없어 아르바이트 직원이 할 일도 그만큼 적다"며 "그래서 서로서로 7000~8000원 선에서 시급을 정하고 일하는데, 요새는 그마저 힘들어 아르바이트 직원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 사상 최대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지난 8월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수도 338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근로자 6명 중 1명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한다는 뜻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7530원)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월 단위로 환산한 금액(209시간)은 174만5150원이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비율도 치솟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4~5% 수준이었지만 점차 높아져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 12.7%(2009년)까지 올랐다가 오름세가 약해졌는데 지난해에는 15.5%로 높아졌고, 올해는 16.5%로 더 높아지면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을 안 주면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다만, 사업주가 최저임금 위반으로 신고를 당하더라도 직원에게 못 준 임금을 주며 합의를 하면 형사처벌까지 가는 사례는 많지 않다. 한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최근 3년간 최저임금 위반 건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고용청에서 일부 업종에 사전 계도하고 현장 점검 나가보면, 업주나 직원 모두 사정이 딱해 (따로 시정명령 하지 않고) 자율 시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숙박음식업 종사자 43%가 못 받아
최저임금 못 받은 근로자가 가장 많은 산업은 '숙박음식업'(42.8%)과 '농림어업'(42.4%)이었다. 상용근로자보다는 임시직(40.8%), 일용직(40.6%)이 최저임금을 제대로 못 받았다. 연령별로는 19세 이하(54.9%)와 60세 이상(43.5%)에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쏠렸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관광호텔은 적게는 100~200명, 많게는 200~300명을 고용하는데, 최근 경기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 때문에 130개가 넘는 관광호텔이 3년 만에 폐업했다"며 "모텔 등 숙박업의 경우는 직원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원룸으로 개조하는 곳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가 사상 최대로 불어난 것은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소득층 소득 높인다고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그렇게 올린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가장 힘없는 경제적 약자(弱者)들의 처지는 더 악화됐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킨다고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로 올리면서 고용 시장에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를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체포하라"고 할 정도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커지자 내년도 최저임금은 2.9% 인상하는 데 그쳤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경제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인 서강대 교수는 "최저임금제도는 저소득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일 뿐 정부 정책 수단으로 삼는 나라는 없다"면서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자영업자들이 줄면 저소득층은 더 가난해지고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