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7000억 투자해 스타트업 '허니' 인수… 애플·페이스북 견제 해석
최근 중국 시장 진출…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 연맹서 탈퇴하기도
미국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이 거침없는 몸집 불리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감한 인수·합병(M&A), 투자를 진행하며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도 두드리는 모양새다. 글로벌 결제 데이터 확보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업계 선두 지위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5조 투자해 스타트업 '허니' 인수… 애플·구글 견제 해석
페이팔(PayPal Holdings)은 20일(현지 시각) 쇼핑 가격 비교 스타트업 ‘허니(Honey Science Corporation)’를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페이팔은 "허니가 페이팔과 결합하면 페이팔 고객의 쇼핑 경험이 개선될 것"이라며 "페이팔을 결제 도구로 이용하는 온라인 판매 업체들도 판매 확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2012년 로스앤젤레스에 설립된 허니는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을 할 때 가격 비교 정보를 제공, 구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검색 도구다. 크롬,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 웹 브라우저에 추가해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쿠폰 등 보상도 제공해 미국에서 인기가 높다. 월평균 이용자 수(MAU)는 1700만명, 지난해 수백만 명의 허니 이용자들이 절약한 금액은 10억달러(1조1700억원)에 달한다. 패션, 여행, 음식 등 3만개의 다양한 온라인 소매 업체가 사용 중이다.
페이팔의 허니 인수는 1998년 페이팔이 설립된 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업계에선 애플 페이 등 경쟁자들의 치열한 도전에 직면한 페이팔이 과감한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새 결제 서비스인 페이스북 페이를 선보였고, 구글도 2015년 구글 페이(옛 안드로이드 페이)를 출시한 데 이어 2020년에 은행 계좌 서비스를 한다고 밝히는 등 경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댄 슐만(Dan Schulman) 페이팔 회장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M&A는 페이팔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수 중 하나"라며 "허니와 페이팔의 결합은 결제 서비스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 진출하고 페이스북 리브라 탈퇴
결제 데이터는 사용자 행동을 분석, 예측하는데 중요한 데이터로 평가된다. 글로벌 IT 공룡은 물론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 업체들까지 모두 뛰어들어 페이 서비스를 내놓는 이유다. 여기에 AI(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 커지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올해 4분기 실적(한국 기준 3분기) 발표 현장에서 애플 페이의 분기 거래량이 30억건을 기록, 페이팔을 뛰어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페이스북 페이의 잠재력이 애플 페이와 페이팔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페이팔이 최근 외국 기업 최초로 중국 결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 온라인 결제 업체 고페이 지분 70%를 인수한 페이팔은 고페이의 중국 내 온라인·모바일·국제 위안화 결제, 신용카드 발급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페이팔 입장에선 당장 중국 시장에서 큰 이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막혀 있던 14억 인구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장점이다. 최근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암호화폐 네트워크 리브라에서 탈퇴한 것도 페이스북 페이 등의 잠재력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제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며 "더 많은 데이터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