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국가정보원·여성가족부 등 검사들이 파견된 정부 부처와 외부 기관에 "파견 검사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알려달라"고 의견 조회에 나선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8일 검사들이 법률자문관으로 파견돼 있는 국가정보원,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가 기관과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파견 필요성을 검토해 의견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외부 기관에 파견된 검사들에게 "파견 필요성을 검토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돌렸다고 한다. 이때 일부 검사들은 "법무부 장관이 파견검사를 전원 복귀시키겠다는데 파견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파견기관에 검사 파견 필요성 의견을 재차 수렴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파견 검사 현황’에 따르면 현재 정부부처와 외부 기관 37곳에 총 검사 57명이 파견돼 있다.
이를 놓고 "상황을 따져보지 않고 ‘방침’부터 정하는 검찰개혁이 삐그덕 거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검사는 "외부 기관에서도 검사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고, 또 기관끼리 협조할 필요성도 있으니 매년 50~60명의 검사가 파견을 나갔던 것"이라며 "이유나 필요성을 따져보지도 않고 ‘복귀시키겠다’고 한 뒤 뒤늦게 필요성을 점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검사의 외부 기관 파견 여부는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가 심의하도록 돼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재임 중이던 지난 8일 제정된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위원회가 설치됐다.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검사 4명과 외부 위원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심사위 구성과 회의 개최 여부, 논의 내용 등은 비밀누설금지 조항에 따라 모두 비공개"라며 "구체적인 외부 파견 기준 등이 마련되면 공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파견 검사 전원 복귀’ 방침에도 심의위 논의에 따라 일부 파견 검사는 잔류할 가능성도 있다. 파견 검사들이 모두 복귀하게 된다면 법률 자문 등의 업무를 로펌 등에 ‘외주’를 줘야하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경쟁적으로 개선 방안을 내놓고, 검찰개혁위원회도 연달아 권고안을 발표하는 등 주도권 싸움이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삐걱대는 소리도 들린다.
조 전 장관이 검찰 개혁방안 중 하나로 추진했던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도 그렇다. 법무부가 15일 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논란이 일었다. 특히 검찰 내부 게시판에서는 "수사 실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든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파장이 커지자 법무부는 열흘 만에 수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결국 "현행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고 지적된 ‘중요 범죄 수사에 대한 고검장 보고 규정’은 수정안에서 아예 빠졌다. 원안은 중요 범죄 수사 상황을 관할 고검장에게 보고하고, 필요하면 사무감사를 실시해 법무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법무장관의 구체적 사건 지휘를 지휘한 검찰청법 조항과 충돌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의 힘을 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로드맵을 갖고 순차적으로 해야한다"며 "지금 법무부는 검찰을 통제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어 제대로 된 개혁안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30일에는 수사관행 개선 명목으로 현행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대체하겠다며 발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도 논란이 됐다. 준칙에는 ‘인권 침해나 수사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한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언론사에 대한 검찰청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다. 이를 새 규정으로 바꾼다면서 의견 수렴 명목으로 언론사에 배포한 초안에는 관련 조항이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오는 12월 시행되는 최종안에는 다시 언론사 출입제한 조항이 포함됐다. 법조계에서는 "개혁을 지나치게 졸속으로 추진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