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의회의 탄핵 조사를 "린치(lynch)"라고 표현해 워싱턴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언젠가 민주당 출신이 대통령이 되고 공화당이 하원을 차지한다면 공화당은 정당한 절차나 공정성, 법적 권한 없이도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모든 공화당원은 여기서 목격하고 있는 것, 린치를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린치'라는 단어가 왜 문제가 될까. 린치는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가하는 잔인한 폭력이나 처형을 뜻하는데, 여기에는 미국의 인종차별 역사가 담겨 있다. 린치는 18세기 미국에 사법 체계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을 때 버지니아주의 치안판사 겸 농장주인 찰스 린치가 흉악범이나 정적들을 사적(私的)으로 처형하려고 동원한 말인 '린치법(Lynch law)'에서 유래했다. 이후 '린치'는 1860년대 미 남북전쟁을 전후로 백인들이 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흑인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1882년부터 1968년까지 4743건의 린치가 보고됐고, 이 중 73%가 흑인에 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들끓었다. "어떤 대통령도 해서는 안 될 말"(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트럼프는 그런 비유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 의원) 등의 비판이 나왔다. 흑인 의원 모임 의장인 민주당 캐런 배스 하원 의원은 "트럼프는 궁지에 몰릴 때마다 '인종 폭탄'을 투하하는데, 우리는 이 미끼를 물지 않겠다"고 말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이날 웹페이지를 통한 린치 검색 건수가 전날 대비 174배 폭증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린치 표현을 쓴 것에 대해 "혐오스럽고 야비하다"고 비난했는데, 자신도 1998년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 위기 때 "역사는 이것(탄핵)이 당파적 린치가 아닌지 물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