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펀드' 투자 실적 저조…손정의 "당황스럽다" 밝혀
"10년 뒤 수익 올릴 것" 희망 버리지 않아
창업자에겐 "당신의 한계를 알라" 자주 쓴소리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 설립자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이 부실한 펀드 투자 실적과 관련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일본 경제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손 사장은 "미국과 중국 기업의 성장세를 보면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면서 이 같이 속내를 밝혔다. 그는 다만 "위워크나 우버 같은 기업은 적자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지만, 10년 뒤에는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이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은 지금까지 위워크에 60억달러(약 7조1700억원)를 투자해 지분의 29%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전펀드는 우버의 지분 1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손 사장은 창업자의 비전과 열정에 막대한 돈을 거리낌 없이 베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승자 독식을 추구하는 그는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도 뛰어난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 점유율을 갖고 있다면 과감하게 투자했다.
이 같은 청사진으로 비전펀드가 조성됐다. 이 펀드는 미래 트렌드를 주도할 신성장기업이 ‘승자’가 될 때까지 집중투자하는 펀드다. 공유경제,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배달과 예약 플랫폼 등이 주요 투자분야다. 지난 2017년 1차로 970억달러 규모가 조성됐고 지난 7월 1080억달러 규모의 2차 펀드 조성계획이 발표됐다. 비전펀드는 한국의 오픈마켓인 쿠팡에도 20억달러를 투자한 상황이다.
하지만 투자 실적은 저조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은 뒤 상장한 6개사 중 현재 기업공개(IPO) 때보다 주가가 오른 곳은 의료기기 회사 ‘가던트 헬스’, 바이오기업 ‘10x 지노믹스’ 등 2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4곳 중에서 사무용 메신저 ‘슬랙’은 IPO 때와 비교해 36%, ‘우버’는 25%나 주가가 떨어진 채 거래되고 있다.
거액을 투자했던 기업들이 상장 이후 주가가 폭락하거나 위워크처럼 상장 전부터 무너지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손 사장도 단호해지고 있다.
손 사장은 최근에 창업자들에게 자주 ‘당신의 한계를 알라(know your limit)’라는 말을 자주한다고 한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29%를 보유한 위워크의 애덤 노이만 창업자를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몰아낼 때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세계 29개국 111개 도시에 진출해 있는 위워크는 지난해 매출 18억달러, 손실 19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신은 부실한 투자 실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FT는 "기술 가치가 오르는 한 비전펀드는 최대 수혜자가 되겠지만 그 추세가 역전되면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가 가장 큰 패배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