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자신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간의 언쟁이 문제가 되자 지난달 18일 트위터를 통해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반성'이 무색하게도 닷새 만에 다시 유엔총회 현장에서 의전 실수를 한 외교관을 질책해 스스로 무릎을 꿇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각종 논란을 불러온 김 차장의 업무 방식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고압적인 말투로 자기 생각을 밀어붙이다 보니 외교부 등 일선 부처와 도처에서 갈등을 빚는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외교관들이 중시하는 관례나 전례를 싫어하고 공무원의 지휘 계통도 무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갈등도 여기서 비롯된 측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온 뒤 외교부 사무관들에게까지 직접 전화를 걸어 질책하는 등 돌출 행동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외교관 자녀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외국 생활을 오래 했다. 해외 경험이 적은 실무자들이 쓴 영어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놓고 면박을 주거나 모멸적인 말로 질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이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2003~ 2007년 무렵부터 그와 일을 함께 해본 정부 관계자는 "상대의 나이나 직급과 상관없이 불만이 있으면 바로 고함을 치거나 서류를 던지며 심한 말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김 차장과 업무를 같이 한 다른 관계자는 "야단맞는 사람이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강한 언사를 쏟아낸다"며 "실무급 공무원이 고위 공직자로부터 직접 그런 질책을 당하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중에 강 장관과 언쟁을 벌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정부 소식통은 "강 장관은 직원들에게도 항상 존댓말을 쓰는 스타일"이라며 "김 차장이 계속해서 자신을 건너뛰고 외교부에 직접 지시를 내리는 데다 면전에서까지 실무자에게 고성을 지르니 그냥 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