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조국 법무장관과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며 거듭 '경고장'을 던지자 여권에선 공개적으로 윤 총장 사퇴론이 나왔다.

신임 검사장들과 만찬장으로 향하는 윤석열 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신임 검사장들과의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날 공개적으로 윤 총장 사퇴론이 나오는 등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윤 총장 해임 여부에 대해) 지금은 어느 한쪽으로 답할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윤 총장은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하는 불행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고, 이종걸 의원은 "윤 총장은 '정치 검찰'임을 자인하고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 검찰총장이 '조 법무장관을 임명하면 본인은 사퇴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제가 들은 바 있다"고 했다. 그러자 대검은 입장문을 내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 해임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변수다. 또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위해 불과 두 달 전 임명한 윤 총장을 해임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총장 거취 문제와 관련해 "내부에서 정식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윤 총장 해임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여권 관계자는 "윤 총장이 임명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윤 총장 거취'에 관해 여지를 두는 건 윤 총장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누적됐다는 증거"라고 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윤 총장 퇴진' 시나리오를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조 장관 아내) 정경심 교수가 구속될 경우 여당으로선 최악 상황을 맞게 된다"며 "윤 총장을 사퇴시켜서라도 한번 정리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 신분인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이다. 다만 이 임기를 지켜야만 하는 규정은 없다. 검찰총장도 검사 징계위를 통해 징계 사유가 있을 때 해임과 면직, 정직 등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검찰총장이 징계 대상일 땐 법무부 장관이 검사 징계위에 청구하게 돼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이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조 장관이 직접 (윤 총장에 대한) 해임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당에선 조 장관과 윤 총장이 함께 물러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조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 등을 행사한다면 윤 총장은 반발하며 사퇴할 것"이라며 "이후 조 장관 본인도 사퇴하는 모습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곧바로 윤 총장 해임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당분간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한 각종 지침을 내려 검찰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윤 총장의 거취를 청와대가 대놓고 언급할 경우 '수사에 직접 개입한다'는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며 "(대신)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한 것처럼 검찰 개혁에 윤 총장이 따라올 수밖에 없게 청와대가 검찰에 구체적 지침을 계속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지난 주말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모여서 검찰 개혁을 외쳤다"며 "검찰 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사명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주말 '조국 수호' 촛불 집회 이후 검찰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