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를 37년간 통치해온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5·사망)가 사망하면서 그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4)의 운명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CNN·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무가베는 지난 6일 싱가포르에서 노환으로 사망했다. 그의 사망 이후 외신들은 그레이스의 부정축재 재산 환수와 검찰 기소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레이스는 짐바브웨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탐욕과 악행의 아이콘이었다. '구찌 그레이스'(구찌 등 명품을 좋아하는 그레이스), '레이디 맥베스'(권력욕이 강한 여인), '디스그레이스'(dis-grace·불명예)와 같은 별명이 그가 어떤 인물인지 말해준다. 그레이스는 1996년 무가베와 결혼했다. 무가베의 비서 출신으로 41세 연하다. 무가베와 결혼 이후 그레이스는 부정축재와 사치에 열을 올렸다. 그는 짐바브웨 최대 지주다. 정부가 식민지 시절 영국인 등이 소유했던 땅을 현지인 빈민층에게 재분배하는 토지개혁 사업에서 땅을 자기 명의로 빼돌렸다. 남아공과 두바이, 싱가포르 등에도 부동산이 있으며, 재산 규모는 5000만 파운드(약 734억원)로 추산된다. 그가 2017년 결혼기념일 때 135만달러(약 16억원)를 주고 1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문했는데, 30캐럿짜리를 받았다며 다이아몬드상을 고소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남편이 고령으로 쇠약해지자 직접 후계자가 되기 위해 욕심을 부렸다. 그는 남편을 등에 업고 2012년 당시 무가베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조이스 무주루를 축출했다. 2017년에는 에머슨 음낭가과 부통령(현 대통령)을 해임했다. 하지만 군부 쿠데타로 오히려 남편 무가베와 그레이스 본인이 축출됐다. 당시 그레이스는 음낭가과를 독살하려고 아이스크림에 독을 넣었다는 의혹도 받았다.
미 CNN은 "음낭가과 대통령이 최근 반부패위원회를 만들었고, 무가베 측 인사들은 줄소환을 앞두고 있다"면서 "그레이스는 귀국하면 (수사기관에) 재산의 원천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오히려 남편이 죽은 싱가포르에 머물며 여생을 보내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