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군이 급증하는 비만 병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 국방부가 매월 발간하는 건강실태보고서 최신 호에 따르면 지난해 체질량지수(BMI)가 30을 넘어 비만으로 분류된 미군이 전체의 17.4%에 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10명 중 2명가량이 비만이라는 뜻이다. 2015년 7.8%와 비교하면 3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체질량지수는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로, 30을 넘으면 비만으로 판정된다. 미군은 성별과 연령 등에 따라 BMI 상·하한 기준을 두고 입대와 복무 적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예컨대 20세 이하 남성 육군 지원자는 BMI가 25.9를 넘으면 현역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복무 중에도 6개월마다 한 번씩 신장과 체중을 측정해 정해진 기준을 넘기면 강제로 제대시킬 수 있다.
육·해·공·해병대 중 비만 병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22%를 기록한 해군이었다. 2011년에 비해 6배 이상 늘어났다. 공군과 육군, 해병대는 각각 18.1%, 17.4%, 8.3%였다. 2011년과 비교하면 모두 2~4배 정도 늘었다. 미 해군은 병사 수천 명을 내보내지 않기 위해 체력 검정 기준을 완화한 적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 해병은 지방흡입술이나 다이어트약에 손을 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 비만율이 약 40%에 이르는 미국 상황을 생각하면 비만 병사 급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지적이 있다. NYT는 "70여 년 전에는 영양실조 등으로 군인이 못 되는 지원자들이 많았는데 오늘날에는 모병 지원자의 3분의 1 정도가 비만으로 입대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미군 당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고기 위주의 고열량 뷔페식 식단이 비만의 한 원인으로 지목돼, 군 식당은 샐러드 바를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고 햄버거는 뒤쪽으로 두는 식으로 설계를 바꾸고 있다. 음식마다 칼로리와 염도 등에 따라 3단계 색깔 꼬리표를 붙여 채식과 곡물 위주 식단을 유도하고, 영내 매점 계산대에는 감자 칩이나 사탕 대신 과일과 곡물 바를 배치한다.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하는 영내 헬스장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