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과 함께 ‘셀프 카메라(이하 셀카)’를 찍는 행동이 동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람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마운틴 고릴라’

3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뉴질랜드 더니든에서 열린 국제 펭귄 콘퍼런스(IPC)에서 전문가들이 이같이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콘퍼런스에 참가한 뉴질랜드 오타고(Otago) 대학 야생동물관리프로그램 책임자 필립 세든 교수는 "야생동물과 셀카를 찍는게 흔해지는 게 두렵다"며 "야생동물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야생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비판했다.

세든 교수는 야생동물과 셀카를 찍는 일이 동물에게 신체적·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고, 섭식 및 번식을 방해하며 나아가 출산율을 떨어트릴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보호 등 선한 의도로 찍은 야생동물 셀카조차도 결국 동물들에 해가 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나도 저렇게 동물을 끌어안고 같이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야생동물 관련 연구를 하는 동안에는 셀카를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든 교수는 "야생동물들은 우리(인간) 뜻에 따라 존재하는 게 아니다"며 "그들이 인간이 바꿔 놓은 세상을 살아간다고 해도, 우리가 그들을 느끼고 만져도 된다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남섬 오아마루 블루 펭귄 서식지의 과학·환경 관리자인 필리파 애그뉴도 "요즘 휴대전화 화면에서 나오는 불빛이나 소음, 그리고 셀카를 찍으려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플래시가 동물들에 스트레스를 준다"고 덧붙였다.

국제 펭귄 콘퍼런스 측은 후원 계약을 제안했던 아랍에미리트(UAE) 소재 모 기업이 야생동물 셀카를 홍보자료에 사용한다는 이유로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세계동물보호단체(WAP)가 201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야생동물 셀카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292% 늘었다. 그 중 40%는 ‘나쁜 셀카’로 분류됐다. 사진 속 인물이 야생동물을 끌어안거나 손으로 잡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