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모든 고등학교가 2일부터 초·중학교에 이어 무상 급식을 확대 시행한다. 그러나 무상 급식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시작하게 됐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진정한 무상교육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라고 평가한 '고교 전면 무상 급식'이 출발부터 꼬이게 된 것이다. 경기도와 시·군이 재원 분담 비율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탓이다. 학기 도중에 무상 급식이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시와 강원도에서는 무상 교복을 두고 시와 교육청, 기초자치단체 간에 떠넘기기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갈수록 무상 복지가 확대되면서 지자체의 재원이 쪼그라들어 자칫하면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9월부터 도내 무상 급식이 모든 고교로 확대된다. 대상은 475개 고교 학생 36만여명이다. 이들은 내년 2월 말까지 2학기에 제공되는 약 80일간의 점심 식사 급식비를 내지 않게 된다. 필요한 예산은 1465억원이다. 예산은 경기도교육청과 자치단체가 분담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예산 편성을 마친 급식비 지원금은 912억원에 불과하다. 약 50일분으로 11월 중순까지 집행할 수 있다. 나머지 30일분은 확보하지 못했다. 경기도교육청(702억원)과 경기도(210억원)는 관련 예산을 지난 5월 경기도의회를 통과한 추경예산에 편성했지만 31개 시·군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상 급식 확대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핵심 공약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나 대부분의 시장·군수도 확대 취지에 찬성했다. 그러나 막상 재원 부담 문제에 들어가자 불협화음이 빚어졌다. 지난 4월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등이 참여한 경기도교육발전협의회는 도교육청과 자치단체가 절반씩 예산을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경기도와 시·군이 배정받은 절반을 분담하는 비율을 두고 충돌이 불거졌다. 경기도는 시·군과 3대7로 분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군수협의회는 5대5로 경기도의 분담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며 맞섰다. 특히 재정 자립도가 낮은 시·군의 반대가 거셌다.
경기도와 시·군의 대치는 무상 급식 확대를 코앞에 두고도 이어졌다. 지난 28일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임시회에서는 "도가 예산 분담 비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경기도 비율을 7로 끌어올려야 한다고까지 나섰다. 특히 무상 급식을 비롯해 대부분의 매칭 사업 예산 분담률을 경기도 3, 시·군 7로 나눠 결국 예산 부담이 시·군으로 전가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의 경우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의 무상 급식 분담률은 6대4이며, 인천은 7대3이다. 경기도의 분담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무상 급식이나 무상 교복 등 무상 복지에 대한 예산 갈등은 곳곳에서 빚어졌다. 서울시는 올해 고교 무상 급식 확대를 앞두고 지난해 10월까지 25개 자치구 중 종로구·서초구·마포구 등 16개 자치구가 불참을 선언했다. 급식비의 20%에 달하는 분담률이 지나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불참 자치구의 주민들이 "왜 우리 구는 무상 급식을 안 하느냐"며 반발해 결국 구청들이 백기를 들었다.
무상 교복 지원을 두고도 기 싸움이 시작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시의회 시정 질의에서 "교육감님이 합의해주시면 (예산 분담을) 5대5로 해서 무상 교복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뒤이어 조 교육감은 "저희가 예산이 너무 없다"며 "서울시가 100% 부담한다는 전제"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내년 무상 교복 시행을 앞두고 도와 각 시·군, 도교육청이 분담률 배분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도의회가 내년도 무상 교복 예산 81억원을 지자체 40%, 도 교육청 60%로 나누자고 했으나 도시장군수협의회가 지자체 분담률을 3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합의가 불발됐다. 도시장군수협의회는 "시·군별로 매년 오르는 교육 경비에 무상 교복 예산까지 더해져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