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이 없어서. 아시겠어요?"
이 말을 듣고 방송인 권혁수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옛날 사람, 유튜버 구도쉘리를 떠올렸다면 요즘 사람이다. 구도쉘리는 호주 멜버른에 거주 중인 한국인으로 먹방, 다이어트를 주제로 브이로그(일상을 찍은 동영상)를 촬영해 인기를 끄는 유튜버. 이 유튜버를 지난 5월 권혁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패러디한 것이다. 처음에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이 TV 연예인을 패러디해 인기를 끌었다. 그다음 단계가 TV 연예인의 인터넷 방송 '투항'이었다면, 최근엔 TV 연예인이 인터넷 방송인을 패러디하는 시대까지 온 것.
#2. "뱃살 너무 귀여우세요."
최근 인터넷 방송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사건은 그룹 씨엔블루의 전 멤버 이종현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인터넷 방송인 박민정에게 이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자신의 생활을 보여주는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박민정은 아프리카TV BJ이자 인기 유튜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과거 먹방은 유튜브, 게임은 트위치, 미인과의 대화는 아프리카TV식으로 구분됐다면 최근엔 이 경계가 사라졌다. 대부분의 스트리머들이 2~3개 채널을 동시에 이용하며 인스타그램의 기능인 스토리와 라이브 방송도 동시에 진행한다. 일부 스트리머들은 아프리카TV나 트위치에서 방송한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한다.
유튜브로 아침 뉴스를 듣고, 트위치를 보고 게임을 하며, 아프리카TV 속 BJ와 사랑에 빠지는 시대다. 스트리머(streamer)란 음성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 등을 실시간으로 다운받아 재생하는 기법인 스트리밍(streaming)에 행위자를 뜻하는 접미사(-er)를 붙인 것. 보통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유튜브의 유튜버, 아프리카TV의 BJ, 트위치의 스트리머, 카카오TV의 PD 등이 있다.
초기 인터넷 방송이 젊은 층을 상대로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엔 전 세대에서 인기다. KT그룹 디지털 광고회사 나스미디어가 지난 4월 발행한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 2000명(남녀 10~50대) 중 95.3%가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중 80%는 1인 방송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스트리머의 특징은 위 사례처럼 '비경계성'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프리카TV BJ나 트위치의 게임 스트리머들이 유튜브로 많이 넘어오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유튜브 이용자 수는 더욱 많아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하는 동영상 플랫폼 1위는 유튜브 90.6%(중복 응답)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그 뒤를 아프리카TV(23.2%), 인스타그램(13.3%), 페이스북(12.3%), 네이버(12.1%)가 이었다.
인터넷 방송 주제도 다양화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방송은 먹방(42.7%)이었지만 게임(41.7%), 요리·음식·맛집(37.8%), 뷰티·화장품(31.3%), 운동·헬스·홈트레이닝(23.2%) 등도 만만치 않았다. 여성의 경우엔 뷰티·화장품이 57.7%로 제일 많았고, 남성은 게임(e-sports)이 60.6%로 가장 많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트리머도 스웨덴 출신의 게임 유튜버 퓨디파이(PewDiePie·본명 펠렉스 셸베리·30)로 그는 지난 26일 1인 방송 채널 중엔 처음으로 구독자 수가 1억명을 넘겼다.
스트리머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기업화' 현상도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튜버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도티(본명 나희선·33)'가 구글 출신 이필성과 창업한 '샌드박스네트워크'다. 인터넷 방송인 관리, e-스포츠팀 운영, 헬스케어 제품 판매 등을 하는 이 기업은 최근 누적 투자액만 400억원에 달한다. 인터넷 방송인들이 물건을 파는 건 흔한 일이 됐다. 시청 후 물건에 대해 호감이 생겼다(36.9%), 구매 욕구가 생겼다(32.1%)는 게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 보고서'의 한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생긴다. '먹방'으로 유명해진 유튜버 '밴쯔(본명 정만수·29)'는 자신이 설립한 건강 기능 식품 업체 '잇포유'에서 판매하는 식품에 대해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유튜브 관계자는 "최근 콘텐츠의 유해성에 대한 신고 시스템과 가이드라인을 강화해 24시간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