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소설가

샴스 알 딘 아부 압둘라 무함마드 븐 압둘라 븐 이브라힘 알 루와티 알 탄지.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진 남자가 있었다. 바로 우리에겐 '이븐 바투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중세의 여행가다. 그는 마르코 폴로와 거의 비슷한 시대를 살았으며, 마르코 폴로보다 몇 배나 많은 분량의 여행기를 남겼다.

1325년 고향인 탕헤르를 떠나 여행에 나선 이븐 바투타는 24년 만에 돌아와 시인이자 신학자였던 무함마드 이븐 주자이에게 자신의 기나긴 여정을 들려줬다. 이븐 주자이는 모로코의 술탄이었던 아부 이난 파리스의 명령에 따라 이븐 바투타의 이야기를 받아적었고, 그리하여 '여러 도시의 경이로움과 여행의 신비로움을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 줄여서 그냥 '여행기'가 탄생했다.

그런데 과연 이븐 바투타는 그가 머물렀다고 말한 바로 그 시간에 그가 방문했다고 주장한 그 모든 장소에 실제로 있었던 것일까? 아마 그 답은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븐 바투타 본인조차도. 그는 사마르칸트라고 믿으며 다른 모래언덕을 밟고 서 있었을 수도 있다. 아니, 사실은 이븐 바투타라는 사람 자체가 이븐 주자이의 꿈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이븐 주자이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꿈꾸는 듯한 눈초리의 술탄 아부 이난 파리스가 있다.

어떤 게 현실이고 어떤 게 허구였을지, 나는 궁금하지 않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반은 허구이고 반은 사실일 테니까. 역사와 위인전, 자서전, 이 모든 것들―하다못해 시의회 회의록마저도―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온전한 현실은 오직 미래의 이야기뿐이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앞으로의 이야기들이야말로 완전히 사실일 수밖에 없으므로.

어쨌든 나는 지금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를 읽고 있다. 여행기를 여행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