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어린이 수 감소...성인 입맛 맞춘 제품 출시 잇달아
새우깡·꽃게랑 성공 후 기존 인기 과자에 매운맛 추가
국내 과자업체들이 기존 인기 과자에 마라나 청양고추 등 매운맛을 첨가한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매운맛 제품이 어른들 술안주로 인기가 있어서다. 매운맛 과자는 저출산 여파로 아동 수가 감소한 상황에서 어른들의 과자 소비를 늘리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과자업체들이 매운맛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오리온(271560)은 8일 매운 향신료인 '마라(麻辣)'를 접목한 '오징어땅콩 마라맛', '도도한나쵸 마라맛' 등 신제품 2종을 출시했다. 지난 달 치킨팝 '땡초 찜닭맛'과 '포카칩 땡초간장소스맛' 등 매운맛 신제품을 선보인지 한달 만이다.
두 제품 모두 출시 한달 만에 70만개 넘게 팔릴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여름철 술안주로 인기를 끈 것 같다"며 "어른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제과(280360)도 지난달 매운맛 나쵸인 '도리토스 마라맛'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현재 판매량이 100만개를 넘었다. 해태제과식품(101530)도 지난달 마라맛을 낸 스낵 신제품 '빠새 마라'와 '신당동떡볶이 마라'를 출시했다.
과자업체들의 매운맛 신제품 출시는 저출산 영향으로 어린이 수가 줄어든 데 대한 대안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9세 이하 어린이 수는 422만명으로 2016년(458만명)보다 8% 가량 줄었다. 최근 신생아 수가 급격히 줄면서 향후 어린이 수 감소 폭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신생아 수는 30만명으로 2016년(40만명) 대비 25% 감소했고, 2020년에는 28만4000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어린이 소비자에게만 의존해서는 과자업체가 살아남기 어려워진 것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과자 주 소비층인 어린이 수가 줄고 있다"며 "과자업체들도 소비층 다양화를 위해 어른 술안주용 제품이나 젊은 여성들을 공략한 저칼로리 제품들로 라인업 변화에 나섰다"고 했다.
매운맛 과자 중 술안주로 성인층 공략에 가장 먼저 성공한 제품은 농심 새우깡이다. 농심(004370)은 2000년에 '매운맛 새우깡'을 출시했다. 500억원대 규모였던 새우깡 연 매출은 제품 출시 후 600억~700억원대 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매운맛 새우깡은 150억원치가 팔렸다. 전체 새우깡 매출(700억원)의 21.4%에 해당하는 규모다.
빙그레(005180)도 2015년에 '불짬뽕 꽃게랑'을, 2016년에 '와사비 꽃게랑'을, 2018년에 '청양고추 꽃게랑'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술안주 과자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2017년에는 와사비(30억원)와 불짬뽕(15억원) 꽃게랑을 합친 연매출(45억원)이 오리지널 꽃게랑 연 매출(4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매운맛 꽃게랑의 성공을 통해 어른용 과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에 새로운 어른용 스낵 신제품을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과자업체 한 관계자는 "새로 개발하는 제품보다 새우깡이나 꽃게랑처럼 기존 인기 스낵에 매운맛을 가미한 제품이 잘 팔렸다"며 "앞으로도 인기 스낵류에서 매운맛 제품이 계속해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