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알을 찾는 가장 공평한 방법
로랑 카르동 글·그림ㅣ김지연 옮김ㅣ꿈터
40쪽ㅣ1만3000원
닭 농장에서 생긴 시끄러운 일. 21일 동안 알을 품어야 하는 암탉들이 볏짚에 앉아 태교에 힘쓸 때였다. "이 자리 주인들은 어딜 간 거지?" 여행에서 돌아온 수탉 세 마리가 혀를 찼다. 볏짚 다섯 개가 알만 놓인 채 비어 있었다. "아, 지금 휴식 중이야." 멀리서 한 암탉이 말했다. "뭐? 휴식?" "위대한 엄마가 될 닭들이 어떻게 알을 두고 놀 생각을 할 수 있어?" 마침 스트레칭과 요가로 피로를 풀고 온 암탉들이 웃으며 권했다. "너희도 해봐. 뭉친 근육이 싹 풀렸어."
그러나 암탉들 처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수탉들은 네모 칸 수십 개에 엄마 닭들을 몰아넣고 번호표를 걸어주며 "휴식은 하루 15분만! 쉬려면 미리 예약해야 한다"고 지시한다. "건강한 병아리들을 낳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농장은 혼란에 빠진다. 자신의 알을 다른 암탉에게 맡기면 돌아가면서 좀 더 오래 쉴 수 있다는 걸 암탉들이 깨닫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첫째 암탉은 둘째 암탉에게, 둘째 암탉은 셋째 암탉에게 알을 맡기는데, 셋째 암탉이 알 두 개를 넷째 암탉에게 맡기고, 또 알 세 개를 다섯째 암탉에게 맡기고, 다섯째 암탉은 누구에게 그 알들을 맡겼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다행히 해피엔드. 수탉들이 볏짚에 갇혀 몸소 알을 품어보면서 상대의 고충을 이해하고, 나아가 성(性) 역할의 고정관념을 깨부숴 나가는 과정이 경쾌하다. 목청 높은 닭 수십 마리가 요란하게 날갯짓하며 토론을 거듭하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축소판처럼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