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학생 김하나(20)씨는 고교 동창들과 서울 롯데월드로 향했다. 입장 전 하나씨가 들른 곳은 교복 대여점. 분홍색 체크무늬의 교복 치마와 넥타이, 무릎까지 오는 양말을 빌렸다. 하나씨는 "요즘 예쁜 교복 입고 사진 찍는 것이 유행"이라며 "고등학교 때 입었던 교복은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빌려 입게 됐다"고 했다. 하나씨와 친구들은 이날 롯데월드 성(城) 앞에서 '인생샷'을 남겼다.

교복을 빌려 입고 롯데월드 회전목마 앞에 선 대학생 김나연(왼쪽에서 두번째)씨와 친구들.

고궁 갈 때 한복 입는 게 유행이었다면, 요즘은 놀이공원에 갈 때 교복을 챙겨 입는다. 유행의 시작은 롯데월드의 교복 할인 입장권 때문. 학생 고객, 수험생 고객을 잡기 위해 2017년부터 1년에 한두 차례씩 교복 입은 고객에게 자유이용권을 반값으로 할인해주는 행사를 열자 20~30대까지 교복을 입고 할인받는 트렌드가 생겼다. 이젠 롯데월드뿐 아니라 용인 에버랜드, 과천 서울랜드에서도 교복 차림의 2030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차이나칼라와 개구리 무늬의 교련복을 빌려 입은 배종경(맨 오른쪽)씨와 친구들. 1970~1980년대의 복고풍 교복 대여도 인기다.

교복 전문 대여점들도 여럿 생겼다. 올해 2월 에버랜드 앞에 생긴 '에버교복'은 "실제 고등학생 교복도 있고 직접 만든 아이돌 스타일 교복도 구비하고 있다"며 "춘추복을 입을 때가 성수기"라고 했다. 일반 교복보다 분홍색, 하늘색이 들어간 화려한 스타일이 인기. '프로듀스101'이나 '아이돌 학교'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한 교복들이다. 롯데월드 근처 '감성교복'은 이를 특화시킨 대여점이다. 여학생 교복 디자인만 40종이 넘고 남성 교복까지 합하면 1000점 넘게 구비했다. 교복 예쁘기로 소문난 예술고등학교 교복도 있다. 디자이너 출신인 감성교복 남현승 대표는 "일반 교복보다 옷 맵시나 라인을 더 신경 써서 자체 제작한 옷들이 대부분"이라며 "롯데월드 성 앞, 회전목마 앞이 포토존이라 손님에게 어울리는 색깔의 교복을 추천한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 손님도 많다.

1970~1980년대에 입은 복고풍 교복도 인기다. 개구리 무늬 교련복이나 차이나칼라의 남학생 교복, 세일러복 스타일의 여학생 교복 등이다. 친구들과 옛날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은 배종경(29)씨는 "요즘 교복보다 더 예쁘고 감성이 묻어나는 디자인"이라며 "오랜만에 입어 좀 쑥스러웠지만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느낌도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