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관련한 뉴스를 보도하면서 자유한국당 로고와 일장기를 합성한 이미지에 'NO, 안 뽑아요'라는 문구가 겹쳐진 화면을 내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19일 한국당은 "의도적으로 제1야당 로고를 국민 불매 운동 대상으로 집어넣은 것"이라면서 "양승동 KBS 사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했다.
KBS는 지난 18일 간판 뉴스 프로그램 '뉴스 9'에서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항해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섰다는 내용을 전했다. 엄경철 앵커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마음을 담은 문구들이 최근 SNS에서 화제"라고 했다. 이후 엄 앵커 뒤의 배경 화면에서 'NO, 안 뽑아요' 이미지가 노출됐다. 알파벳 'O'를 붉은색 일장기로 대체한 것으로, 일장기 안에는 한국당의 횃불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KBS는 똑같은 방식으로 조선일보 로고와 일장기가 합성된 이미지에 'NO, 안 봐요'라는 문구를 덧댄 화면도 내보냈다.
보도가 나가자 한국당은 "악의적인 선거 개입을 시도한 KBS 양승동 사장은 사퇴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치권력에 영혼을 팔아넘겨 홍위병으로 전락한 KBS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뉴스조차 정권의 입맛에 맞게 내보내면서 KBS는 스스로 개혁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한국당 의원 80여 명은 19일 KBS 사옥 앞에서 규탄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KBS가 여당의 총선 캠페인 방송이 되어 버렸다"면서 "해당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를 단계적으로 밟아 나가는 동시에 범국민 수신료 거부 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한국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양 사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한국당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도 물을 것"이라며 "KBS 제작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KBS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1500여 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는 KBS노동조합(1노조)은 "하필이면 '안 뽑아요'라는 자막에 자유한국당 로고가 들어갈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의문이 든다"고 했다. 보수 성향인 KBS 공영노조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으로, 공영방송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것이냐"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도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과실이 있었다면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논란이 확대되자 KBS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화제가 되는 동영상 파일을 앵커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던 중 해당 로고가 1초간 노출되면서 일"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뉴스9'에서도 "한국당 로고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는 청와대와 관련한 다른 방송 사고와 대비하면 '가벼운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연합뉴스TV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아래 북한 인공기를 배치하는 사고를 낸 뒤 보도본부장 겸 상무이사, 보도국장, 뉴스총괄부장이 보직에서 물러났다. 2017년 SBS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근절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양승동 KBS 사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한국당 과방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어떤 배경과 권위를 갖고 국회를 무시하는지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여당 소속인 노웅래 과방위원장도 "국회 무시 행위"라며 "당당히 소명해서 의혹을 씻어야 하는 것이 도의인 만큼 (양 사장은)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