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살을 빼고 싶은데, 삭센다 처방되나요?"

삭센다는 단기간에 살을 빼고 싶어하는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 비만치료제다. 서울 강남 성형외과 등 일부 병원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성형외과 전문의 이명준 포에버성형외과 원장은 7일 "삭센다가 열풍이 지난해보다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찾는 이들이 있다"면서 "안전성·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된 치료제이지만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삭센다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 전문의약품이다. 피하지방이 많은 배, 허벅지 등에 직접 맞는 자가주사제 형태다. 이 주사제를 투약하면 식욕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자극해 배가 덜 고프고, 위 활동이 느려져 음식을 적게 먹어도 쉽게 배가 찬다.

지난해 3월 국내 출시 이후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2~3% 점유율을 기록했던 삭센다는 최근 병원 직접 판매 등을 통해 7%까지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다.

주사제 개당 약 12만~14만원 정도로 값이 비싸지만, 배에 맞으면 체중이 줄어든다는 입소문에 판매율이 늘었다. 지난해엔 이미 처방받은 기존 환자를 제외하고 신규 환자는 약을 받을 수 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한때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거래되면서 대한의사협회가 첫 투약은 반드시 의사를 통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전 지침도 발표했다.

비만치료제 삭센다

과연 삭센다는 안전할까. 삭센다는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리라글리투드 성분을 이용한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수용체 작용제로 인슐린과 글루카곤 분비를 자극한다. 글루카곤펩티드는 소장 세포에서 혈당 농도에 자극을 받아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글루카곤펩티드는 포도당 농도에 따른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특징이 있어 원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바로 이 글루카곤펩티드가 소화기관 분비, 위장 운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전숙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글루카곤펩티드가 생리적인 양보다 많으면 위장 운동을 저하시켜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을 떨어뜨린다"면서 "음식 섭취 억제를 통한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글루카곤펩티드를 활용해 비만치료제 개발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삭센다는 기존 2형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빅토자와 성분(리라글루티드)은 동일하며 상품명만 다른 의약품이다.

삭센다의 체중 조절 효과는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됐다.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삭센다 투여 그룹의 1년 후 체중이 평균 4.5% 줄었다. 삭센다 투여 그룹의 64%는 체중이 5% 이상 줄었지만, 운동과 다이어트 처방 그룹에선 34%만 같은 결과를 얻었다. 물론 체중 변화가 전혀 없는 환자도 있었다.

전 교수는 "16주를 사용해도 4% 이상 체중 감량이 되지 않는다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삭센다 용량이 높을수록 체중 감소 효과는 더 뚜렷했으나, 투여 20주부터는 체중 감소량이 둔화했고, 32주쯤부터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됐다.

조선DB

모든 의약품에는 부작용이 따르므로 삭센다도 전문의 처방에 따라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삭센다 투약 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은 구토, 설사, 저혈당, 소화불량, 기력저하, 어지럼증, 복통 등이다. 위장장애 증상은 대부분 치료 초기에 발생하며 심한 경우에는 약제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 삭센다를 투여한 일부 동물에서 갑상선암 발생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전 교수는 "갑상선암 병력 혹은 가족력, 다발성내분비선종증 환자에서는 사용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사제 부작용도 주의사항이다. 전 교수는 "매일 주사하는 주사제 형태이기 때문에 가려움증, 알러지 증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다"면서 "반드시 자가 주사를 해도 문제가 없는지 충분한 검토 후에 처방을 해야 하는 약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코 약물요법을 단독으로 사용해선 안 되고, 올바른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