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와이안 무스비."

4일 오전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전국 초·중·고교 학부모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알록달록 다양한 도시락 사진을 올리며 솜씨를 뽐냈다.

4일 오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다양한 도시락 사진이 올라왔다.

이날 오전 약 6만명의 회원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하와이식 주먹밥인 무스비 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급식 파업으로 아침 일찍부터 도시락을 쌌네요. 어제는 김밥, 오늘은 하와이안 무스비입니다. 첫째, 둘째 2개씩"이라고 했다. 19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또 다른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급식이 안 나오는 첫날. 소풍도 아닌데 도시락 준비하려니 걱정이 한가득. 메뉴도 정해주시는 딸내미.아침에 일어나 후다닥하고 남는 계란으로 모양 내 줬어요"라며 만화 캐릭터 느낌을 낸 도시락 사진을 올렸다.

이밖에 다른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엄마들의 ‘도시락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12만명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회원은 "금요일까지 급식 파업이래요"라며 유부초밥 도시락을 뽐내듯 게시했다. 이 커뮤니티의 다른 회원도 "아침에 불고기 볶아서 덮밥 해서 먹이고 과일 3가지 싸 주니 마음은 편하네요"라며 과일 도시락 사진을 올렸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전국 초·중·고교의 급식이 멈추면서 엄마들의 손도 바빠지고 있다. 여러 학교에서 빵과 우유 등의 대체급식을 준비했지만 엄마들은 성장기 자녀가 한창 활동할 시간에 빵과 우유로 끼니를 채우는 것이 영 마뜩치 않은 모습이다. 도시락 사진을 올린 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은 기자와의 쪽지대화를 통해 "학교에서 카스테라와 우유를 준다고 하는데, 그걸로 양이 찰까 싶어 도시락을 준비했다"며 "더운 날씨에 음식이 상할까 봐 점심 시간에 맞춰 직접 갖다줬다"고 했다.

4일 오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다양한 도시락 사진이 올라왔다.

화려한 도시락에는 칭찬의 댓글이 영락없이 달렸다. 여러 기술(?)을 통해 만화 캐릭터를 재현한 도시락에도 ‘정말 멋져요’ ‘도시락집 열어도 되실 듯’ ‘금손 부러워요’ 등의 댓글 등이 이어졌다.

도시락 쌀 능력이 안 돼 동네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샀다는 글과 함께 편의점 도시락 사진을 올린 이도 있었다. 이 글에는 ‘모두 도시락을 쌀 수 있는 건 아니죠’ ‘힘내세요’ ‘마음은 다 같아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경쟁적으로 올라오는 도시락 사진을 두고 "도시락 경진 대회가 열린 것 같다"고 표현한 이도 있었다. 메뉴 면면도 김밥, 과일, 유부초밥, 오므라이스, 불고기 반찬, 소시지 등으로 다양하다. 부모 세대의 향수가 서린 콩자반 반찬에는 ‘와, 추억의 반찬이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모두 급식 중단으로 벌어진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상황을 즐기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파업 때문에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이 발생했네요"라고 했다. 이 커뮤니티의 또 다른 회원은 "내가 어릴 때는 늘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셨는데, 아이 도시락을 싸주고 있으니 엄마의 고단함이 느껴지면서도 엄마가 날 많이 사랑하셨구나도 느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비판의 목소리도 없진 않았다. ‘어른들 이익 싸움에 애들만 굶네요’ ‘학생들 먹을 것 내팽개치고 파업을 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 ‘엄마들이 파업으로 고생하네요. 이게 나라냐!’ 등의 댓글도 있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파업 이틀째인 이날 1만584개 국·공립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비정규직 근로자 15만1809명 중 1만7342명(11.4%)이 파업에 참여했다. 전날보다 4600여명 줄어든 수치다.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학교는 서울 158곳, 경기 525곳 등 전국 1771개 학교다. 빵과 우유 등을 대체급식을 제공한 곳은 1194곳, 도시락을 가져오도록 한 학교는 377곳이었다. 109곳은 급식을 주지 않기 위해 단축수업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