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이 문제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의 조치로 기업 현장에선 초비상이 걸렸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까지 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앞으로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 설비 확충, 국산화 추진 등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만 했다. 일본 업체가 이들 핵심 소재 생산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선 다변화라는 현실성 떨어지는 대안만 제시한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을 기업에만 맡겨놓은 채 뒤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정부의 대응 방향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상황을 보면서 (후속 대책을) 연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사실상 준비된 대책이 없고, 앞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정부가 전날부터 발표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와 기술 개발을 통한 반도체 소재 국산화 등으로는 당장 닥칠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실제 보복 조치를 할 경우 대응할 만한 카드가 딱히 없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가 사실상 강제징용 배상을 이유로 보복에 나섰지만, 청와대와 외교부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해결에 대해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사전에 치밀하게 수출 규제 조치를 준비해 온 것은 물론이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나서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의 모든 조치는 WTO의 룰에 따른 것"이라며 "자유 무역(훼손)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WTO에 제소하겠다고 발표한 날, 아베 총리가 WTO 제소와 관련한 사전 검토가 끝났음을 확인한 것이다.

일본이 보복 카드로 꺼내 든 핵심 소재 3종(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서도 일본 관료는 아사히신문에 "핀포인트로 일본 경제에 영향이 적은 품목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