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과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의 종착지인 속초역사의 위치 재검토 문제가 김철수 속초시장의 입장표명으로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김 시장의 발언에 시민단체까지 가세하며 시민 간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속초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일 동서고속화철도 속초역사 위치선정과 관련된 입장을 내고 역사 위치 재검토를 거론한 김철수 속초시장의 입장을 옹호했다.
경실련은 "한반도를 횡단하는 동서고속화철도와 한반도를 종단하는 동해북부선철도는 양대 철도를 연계해야 효율성이 높다"며 "그 교차점에 복합역사가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통합역사의 위치는 주변에 복합물류기지가 조성될 수 있는 곳으로 하고 물류시설, 유통시설, 출입국시설, 지원시설, 공공시설 등을 갖춘 북방경제 핵심역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속초역사는 동서고속화철도만을 위한 소야벌 동광사 앞 예정지보다는 도시 미래비전과 영동 북부권의 상생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도시 외곽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만에 하나 이전이 안 되면 속초 구간은 지하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동서고속화철도 종착역은 속초시 조양동 동광사 일대로 잠정 결정된 상태며 철도는 미시령을 지하로 통과한 후 노학동을 거쳐 동광사 부근 종착역까지 연결되는 것으로 돼 있다.
앞서 김철수 시장은 지난달 3일 잠정 결정 상태인 동서고속화철도 종착역 위치 등에 대해 시민 의견을 묻겠다고 밝혀 시민 간 갈등을 촉발했다.
김 시장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급부상한 동해북부선과 연계해 동서고속화철도 역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민 사이에 이를 공론화해 최적의 역사 위치를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이 같은 입장 발표 후 시청 인터넷 게시판에는 김 시장의 발언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재검토하겠다는 김 시장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게 일었다. 일각에서는 시민토론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시민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역사 이전 공론화에 참을 수 없는 울분을 느낀다"며 "정부가 수년간 검토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 막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최대한 도움을 줘야 할 지자체장이 역 이전이라는 말도 안 되는 태클을 거는 이유가 뭐냐"고 비난했다.
다른 시민도 "30년 숙원사업이 오랜 기다림 끝에 꿈이 현실이 됐으나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장이 역사 위치를 외곽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달 18일 열린 동서고속화철도 역사 위치 공론화 100인 원탁토론회에서도 시민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토론회 참석 시민들은 통합역사를 원하면서도 잠정 결정된 역사 위치를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경우 사업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는데 우려를 표시했다.
강원도민의 최대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동서고속화철도는 처음 공약이 나온지 29년만에 지난 2016년 7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 건설이 확정됐다. 이어 동서고속화철도의 미시령터널 지하통과 환경부협의는 지난 4월29일 완료됐다. 관계부처협의를 거쳐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올 하반기부터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환경영향평가포함)이 착수될 전망이다,